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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니나노 Jul 11. 2020

내가 사는 세상

욕심을 버릴 수 없기에 마음을 버린다

오늘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마지막회 라지?

그 재미있는 드라마를 나는 마지막회가 방영되기 바로 전날인, 어제서야 보기 시작했다. 보면서 왜 이걸 이제서야 봤을까 얼마나 후회한지 모른다. 어찌나 재밌던지 하루의 고충이 싹 풀리듯 온전히 드라마에 빠져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응답시리즈에 '슬기로운 깜빵생활'까지 애청자였던 나였기에 오랜만에 보는 배우들의 얼굴도 반가웠고 특히나 성동일의 먹방연기는 나를 미친듯이 웃게 해주었다. 그런 나를, 옆집에서는 진짜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의 모든 장면이 재밌었지만 TV를 끈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 맴도는 장면들이 있다. '미도와 파라솔'의 밴드활동 모습이다.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 알 수 없는 뭉클한 마음을 가져다 주었다.  

왜일까? 내 오래전 꿈이 가수라서? 늘 로망하던 밴드활동 장면이 나와서? 아니.. 그건 아니다. 나의 마음을 적셨던 것은 밴드라는 단어 안에 함께하는 그들의 모습이였다. 하루종일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며 바쁜 날을 보냈던 그들이였다. 지친하루였겠지만 친구들과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 속에 그들의 표정을 보았다. 나는 그 표정을 잘 안다.  어느 때, 어떤 마음에 저런 표정이 나오는지를 나는 아주 잘 안다. 그리고 그 표정이 지금의 내가 가장 그리워 하는 표정이기도 하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처https://blog.naver.com/iintband/221964122676


어느덧 5년차의 경력을 가진 나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다. 첫 직장은 고향과는 멀리 떨어진 서울에서 였다. 아무도 없는 서울에 올라서 돈도, 친구도, 가족도 없이 진짜 나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너무나 힘들었다. 대학시절에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외활동을 했다지만 직장인이 겪는 사회생활과는 차원이 달랐다. 너무 무작정 아무런 준비없이 시작했던 것일까? 나의 시작은 외줄타기 위에 넘어질듯 말듯 아슬하게 서있는 불안한 모습이였다. 역시나 마음처럼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회사에 적응하는 것도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도 어느것 하나 쉬운게 없었다. 거의 버티다시피 시간을 흘려보냈던 것 같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나는 어느정도 정착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은 안정된 서울 생활을 유지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들을 통해 꽤 단단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가끔은 나를 무너트리는 것이 있었다. 외로움이였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은 정신없이 일을 해도, 술을 먹어도, 지인들을 만나 미친듯이 놀아도 풀리지 않았다. 그럴수록 세상에 혼자인 것만 같은 동떨어진 느낌은 오히려 커지기만 했다. 모르는척 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마음을 뒤로하고 그래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다시 잊혀지기에 그렇게 살아왔다.  

어제도 그런 날들 중 하루에 불과했다. 재미있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봤을 뿐인데 밴드활동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시 외로움을 느꼈고 동시에 멀리 떨어져 있는 소중한 친구들을 그리워했다. 예전에 ‘멜로가체질’이란 드라마를 볼 때도 비슷했던 감정들이 올라왔었다. 친구들과 한 집에 살면서 보여지는 일상들이 나에게는 모두 내일의 꿈이었다.  

 


퇴근하고 만나서 수다떨며 그 날 하루를 하소연하고, 주말에는 근처 캠핑장에 가서 놀기도 하고 휴일을 맞춰 여행도 가는 그런 소소한 일상말이다. 당장에라도 친구들이 가까이 있는 그 곳으로 되돌아갈까 하지만 막상 그러지는 못한다. 상경해 온 이 곳에서 그동안 악착같이 버티며 쌓아왔던 모든것을 버릴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수없이 고민하며 친구들에게도 물어보지만 그 고민의 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서울에 남는 것, 쌓아온 내 노력을 외면할 수 없는 것. 오늘도 그 마음이 외로운 마음을 짓누른다. 더 버티라고 더 남으라고 말한다. 그렇게 나는 또 되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정리한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연락을 한다.

 


‘나 오늘 처음 슬의봤는데 이거 왜케 재밋냨ㅋㅋㅋ’ 라며 아무렇지 않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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