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rodiscal pain.
뜬금없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읽어내야 할 책의 소제목이었고, 조금 전 들은 이야기는 애매하게 아는 지인이 책을 냈다는 소식이었다. 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들과, 주말을 맞이하는 직장인의(어쩌면 나만 그럴 수도 있지만) 중요한 일과인 금요일 저녁 메뉴 결정이 복잡하게 뒤섞여서 아무것도 진행은 못하고 있던 와중에 내 손이 선택한 것은 키보드였다.
서른둘, 이제 20대도 아니고 애매하게 30대로 들어서서 막 어색해할 시기도 지난 어중간한 시기인데, 어쩜 주변 사람들은 다들 무언가를 이뤄내는지. 결혼을 하고, 출산도 하고, 승진도 하고. 나와 같은 과정을 겪은 사람들조차도 마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는 듯이 그들은 빨랐고 나는 느렸다.
이렇게도 애매하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고, 두루뭉술한 표현이 딱 맞는 내 삶에, 다른 적절한 표현은 '그럴듯한'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럴듯하게 살아온 내 32년에 대한, 덜 애매해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어릴 때부터 진짜로 해보고 싶었지만 번번이 흐지부지 되어왔던 '글쓰기'의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