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감자베이컨치즈스콘을 찾아 떠나는 짧은 여행
알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처음 그 집을 간 것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떤 순간에 친한 인턴과 함께 12시 땡 하자마자 빵을 사러 가고 있었고 인턴이 바뀌고 잠시 잊혔다가 봄이 올 듯 말 듯하던 시기에 다시 수시로 발걸음이 향했다. 가장 최근의 루틴은, 환자가 잦아들고, 12시쯤 점심시간이 확보된다 싶고, 창 밖에 날씨가 좋아 보이면 시간 맞춰 옷을 갈아입고(병원 생활에서 가장 귀찮은 게 무려 옷 갈아입는 것인데!!) 나서서, N사 지도 기준 편도 22분 거리의 빵집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출발한다. 걸으면서 바뀐 풍경도 보고, 아파트 지어가는 것도 보고, 날씨도 보고, 가족들에게 돌아가면서 전화도 해본다.
빵집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과자점이다. 마들렌, 스콘, 휘낭시에, 쿠키 등을 파는. 사장님 혼자 꾸려가는 작은 가게인데 문을 여는 순간 점심시간의 휴식을 포기하고 온 것에 충분히 보상을 받는 느낌을 받는다. 코로나 때문에 작성하는 출입 명부를 적으면서 보면, 나는 주로 첫 번째 손님이다. 매번 와서는 감자베이컨치즈스콘(이하 감자스콘) 두 개 정도와 이즈니 버터, 다른 과자류 한두 개, 그리고 커피 한잔을 사서 나간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스콘은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니 빵집에서 조금 걸어 나가면 있는 작은 공원에 앉아 우선은 사진 한 장 찍고, 여유를 지인에게 자랑하고는 식사 시작. 사실 스콘 하나와 커피 조금이면 양도 충분하고, 시간도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버려서 다시 주섬주섬 챙겨서 병원으로 돌아오면 오후 진료 전 양치질할 시간만 딱 남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인데, 우선 따끈따끈하고 포슬포슬한 감자스콘. 역시 감자국 강원도인가 싶은 맛이다. 두 번째는 전국 어디에도 이런 여유를 누리는 수련의는 없을 거라는 것.
적어도 우리 과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인턴들에게 여유를 누리게 해 주는 편이라 나가서 밥도 사주고, 같이 근처 카페테라스 자리에 앉아 볕을 쬐면서(수련의들은 종일 햇빛을 못 보고 살기 때문에 자연광은 소중하다) 커피도 마시고 오곤 하는데, 최대의 만족감은 역시 감자스콘을 사 먹을 때인 것 같다. 비타민 합성과, 약 44분간의 걷기 운동, 그리고 맛있는 식사.
TV에서, 드라마 같은 걸 보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점심시간에 도시숲으로 나와 식사하고 커피 한잔을 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종종 목격하기도 했고. 나름 그들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돈 버는 직장인이라는 느낌이랄까), 좀 더 진짜 자연을 누리는 느낌은 남들이 보기엔 부질없겠지만 그래도 내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우월감이다. 작고, 소중한.
우스갯소리로, 여러 가지 버전이 있겠지만 '자연에 있는 세 가지 존재는 생물, 무생물, 수련의' 라거나, '대학원생은 모든 게 가능하며,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수련의이자 대학원생이라서 일까. 감자스콘하나에 도비는 오늘도 행복하다.
남은 과자는 내일 먹을 것이다. 도비는 내일도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