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비밀에게

단편소설

by 김얍얍

오늘 너에게 연락이 왔다. 원래 새해인사, 너의 생일날 마지막으로 나의 생일날. 이렇게 1년에 3번 연락을 하는 사이이지만 갑자기 온 연락에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급하게 문자를 보았다. 결혼을 한다고 했다. 축하 문자를 보내고 남은 집안일을 하다 다시 문자 화면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기억들이 자꾸 수면 위로 올라와 나에게 말을 하는 거 같았다.


'이제는 사랑한다고 표현해도 될 때야.'


나는 너와의 첫 만남이 기억나지 않는다. 너는 내 첫인상으로 '참 키가 크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말을 나에게 해줬을 때, 내 키에 대한 평가 중에 제일 좋은 순간이었다. 원래 20대 성인 평균키보다 5cm는 더 큰 내 키를 좋아하지 않아서 누군가 내 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때만큼은 내가 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에 대한 첫인상이 잘 기억나지 않는 내가 조금 많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그때 뭘 보고 있었길래 너를 기억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대학 첫 시작에 설레고 긴장에 빠져있었을 것이라는 변명을 해본다.


너와는 조별 과제를 하면서 말을 트게 됐다. 친하지도 않은데 두 번째 만남에 우리는 몇몇 동기들 사이에 섞여 벚꽃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그때 재밌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에 대한 사심 하나 들어가지 않은 마지막 상황이어서 너의 눈치를 볼 필요 없어서 더 재밌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알다시피 나는 눈치가 없는 편에 속한다. 사실 누군가의 눈치를 볼 정도로 상대를 주의 깊게 생각한 적이 손에 꼽는다. 그런데 내가 너는 항상 살피고,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때부터 네가 신경 쓰였다.


대학교 4학년에 우리는 취업을 빌미로 함께 자취를 시작했다. 집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인 인근 동네 사람이어서 부모님 또한 집에서 다니길 원하셨지만 나는 자취를 해야 한다며 사춘기 때도 안 해본 우기기를 보여줬다. 부모님은 갑자기 대학생 때 사춘기가 왔냐며 마지못해 허락해 주셨다. 그리고 이 내용들은 너에게 비밀로 하며, 단지 부모님이 좋아하신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있잖아. 나는 너와의 자취에 신났었다. 나는 그냥 그 순간들이 행복했다.


내 옆 방에 네가 있다니... 나는 4학년으로 취업 준비였지만 한 학기 휴학을 했던 너는 조금 느지막하게 취업 준비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같은 지붕 아래 있지만 매번 다른 시간들을 살았다. 그러다 너는 나에게 말했다.


"이건 같이 사는 룸메이트로써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그래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우리는 한 달을 기념하는 야식 시간을 만들었다. 나는 그날이 제일 기다려졌다. 야식은 뭔가 헛배가 부르는 기분에 1년에 다섯 번 먹으면 많이 먹는 편이지만, 누구도 아닌 너와의 야식 시간을 기다렸었다.


드라마 속에서 동성의 짝사랑은 대부분 이어진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이 또한 소설이었다면 이어졌을 것이다. 우리는 소설 속, 드라마 속,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혹은 내가 너의 옆 그냥 그런 엑스트라였기 때문에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경기도 소재의 중견 기업에, 너는 서울 소재의 대기업에 합격을 했다. 우린 단지 사는 곳이 멀어져 연락이 뜸해진 친구들과 같은 모양새로 여전히 남아있다.


너에게 문자가 왔다.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일상스럽게 이어졌다고. 너는 나에게 평소처럼 마지막 끝마무리로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 나도 이제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다. 너의 우정 가득 담은 사랑에 내 애정 가득 담은 사랑으로 답해줄 수 있을 거 같다. 이제는 더 이상 너를 이 마음 그대로 사랑하지 못할 예정이므로.


입 밖에 꺼내지 않아도 불러지는 이름이 있다. 나는 너를 계속 부른다. 아무도 듣지 못할 고요 속에서.


S야. 결혼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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