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은 기본적인 욕구
졸업 후 한 동안은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쓰는 글이라고는 sns에 업로드하는 짧은 사진설명 정도랄까.
글을 쓰지 않으니, 아니 정확히는 새로운 이야기를, 세계를 만들어내지 않으니 처음에는 너무 편안했다.
창작의 고통도 없었고, 나의 재능에 대한 회의감과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정말 불편할 것도, 힘들 것도 없었는데 인생이 너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글 작업을 하는 중에 내가 일상에서 주로 고민하는 것은 작품 속 인물이 다음엔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건이 생겨야 하는지 같은 작품 속 세계에 관한 것이었다. 그 생각들은 때로는 압박감이 되었고, 강박적이거나 우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며, 나의 인생만을 사는 것보다는 훨씬 흥미로웠다.
글을 쓰지 않은지 약 반년이 지났다. 요즘 나는 온전히 나의 인생에 대한 고민으로 일상을 채운다.
"저녁은 뭐 먹을까", "뭐 해 먹고살지", "심심한데 뭐 볼 거 없나" 따위의 소소하고 그리 중요치 않은 내용이다.
밋밋하고 심심하지만 마음은 편안하다. 압박감이나 좌절감, 슬픔은 잘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글을 쓰며 창작의 고통을 가장 심하게 받아 머리가 빠지고, 불안장애에 시달리던 그때보다 요즘 더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마음은 편한데 정말 너무 지루하다. 해가 뜨면 오늘 뭐 먹을까를 고민하고 또 먹을 거고, 대충 누워 킬링타임용 게임을 할 것이다.
해 질 녘 즘이면 나는 미래에 뭘 하면 좋을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하는 다소 진지한 고민도 할 것이다.
밤이 되면 휴대폰 좀 보다가 잠들 것이고 다시 해가 뜰 것이다.
내 인생에 대하여만 생각하고, 의식주만 해결하며 살아가는 것은 참 편안하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지겹고 의미 없이 느껴진다.
너무 심심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고, 괴롭다. 하지만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 안에 감정이 남아있으며, 그것이 살아 움직임을 느끼는 것.
살아있다.
살아있다.
살아있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글쓰기가 그것을 느끼게끔 하였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이 다가 아니다. 글쓰기라는 배설의 과정 역시 삶의 일부였던 것이다.
창작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고, 그것을 어루만지는 과정에 우리의 삶이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