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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Jun 11. 2023

내가 '눈찢기'를 보고 웃었던 이유

엘살바도르 친구 이야기 1 


 최근 히스패닉인 아들 친구와 플레이 데이트를 했다. 아들 친구의 엄마 A는 스페인어만 쓰는 엘사바도르 출신 사람이었다. 우리는 스페인어와 한국어, 영어를 넘나들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나는 A와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크게 웃으며 외국인과 대화한 것도 처음이었다. 항상 영어를 못 알아 들을까 긴장한 채로 대화 했는데, ‘우리 서로 영어 못하잖아.’라는 공통점에 마음이 놓였다. 아들들은 만나자 마자 놀이터로 달려 나갔고, 우리는 언어 장벽을 넘어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바빴다. 




 그녀는 6개월 된 내 딸아이가 너무 예쁘다며 연신 ‘뷰티풀’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억양 때문에 그 단어도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내 딸을 쳐다보는 눈빛을 보니 그건 분명 예쁘다는 말이었다. 특히 내 딸의 눈이 정말 예쁘다고 했다. 그 말을 하며 A는 자신의 눈꼬리를 손으로 잡아 올렸다. 나는 순간 멈칫 했다. 눈꼬리를 손으로 찢어 보이는 행동은 동양인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행위로 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웃음이 먼저 튀어나왔다. 한국을 중국과 구분하지 못하던 그녀, 정말로 아시안을 잘 모르는구나 싶었다. 나는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이 작고 길어서, 그런 제스처가 기분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양인들은 오히려 당신의 눈처럼 동그랗고 큰 눈을 예쁘다 생각한다고. 그랬더니 A는 자기 주변 사람은 모두 눈이 동그랗다며, 당신 딸 눈이 정말 예쁘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다른 눈을 예쁘다 하며 웃었다. 




최근 LA출신 한인 여성 인플루언서에게 ‘눈찢기’ 제스처를 한 히스패닉 여성들이 도마에 올랐다. 그녀들은 아시안 영어 액센트와 생김새를 비하는 표현을 하여, 전세계 아시안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언제부터 서로의 다름을 이해가 아닌 미움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다르기 때문에 모르는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을 ‘타자’로 규정짓고 쉽게 혐오하고 미워한다. 그녀는 눈찢기가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음을 알지 못했고, 나를 통해 그걸 이해했을 것이다. 엘살바도르가 스페인의 오랜 식민지였다는 것도 모르고, 그녀가 스페인어를 쓴다는 사실 만으로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창 한 나의 무지도 나중에는 이해 받을 수 있을까. 




우리는 다음 주에 또 만나 A의 집 뒷마당에 있는 수영장에서 놀기로 했다. 그녀는 엘살바도르 음식 ‘푸푸사’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나는 한국 음식 ‘잡채’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그 날 가져간 피자에 파리가 몰려드는 것도 모르고 재밌게 대화를 나눴던 우리. 다음에 또 어떤 다름을 이해하게 될 지 기대 된다. 



(+ 우리의 우정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 말을 알아 듣지 못해 마냥 웃음을 터트리고.) 



그 친구 집에 놀러가서 태어난지 한달 가량 된 퍼피들을 데리고 놀았다.
강아지를 무서워 하는 아들도 좋아했다.
우리가 같이 만들어 나눠 먹은 음식. (좌) 푸푸사, (우) 땅콩 넣은 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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