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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Jul 08. 2023

해방을 외치는 마음


Prologue

 한국에 있을 때 나는 서울에서, 남편은 진주에서 회사를 다니는 주말부부였다. 처음에는 내가 진주에서 생활을 하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지내기 위해 진주로 부서 이전을 신청했었고, 우리는 진주에서 약 5년간 신혼생활을 했다. 우리는 행복한 생활을 했지만, 그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 진주에서 내가 부서 이동을 하여 할 수 있는 일은 유통영업이었는데,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성격과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했다.


 5년쯤 지났을 때 나는 퇴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주부로 지내는 게 더 행복하겠다 싶었을 때, 서울로 다시 부서를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나는 절묘한 타이밍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됐다. 그런데 서울에 복직한 부서에서의 적응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현장'이라 불리는 유통영업 업무를 하고 온 사람에 대한 선입견, 자기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 아이 엄마라는데서 오는 핸디캡. 나는 진주에서보다 오히려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를 살린 워킹맘 독서모임

 그렇게 서서히 말라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옆 부서의 여자 선배님이 '독서모임'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워킹맘들이 모인 독서모임인데 육아서적을 제외하고 어떤 책이든 가능하고, 점심시간이 모여하는 것이니 부담도 없다고 했다. 일도 일이지만 외로움에 사무쳐 있던 나는 제안이 너무 반가워 덥석 손을 잡았다. 그 선배님은 그렇게 내 숨통을 트여 주셨다.


 독서모임에서 만난 분들은 하나같이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배울 점이 많았다. 나는 미국에 와서도 그 독서모임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그만큼 그 독서모임은 나에게 의미가 있고, 좋은 영향을 많이 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건 점차 내 욕심이 되었다. 한국 점심시간에 맞춰 온라인으로 접속해야 하는데, 그때 미국은 한창 아이들이 자야 하는 시간이었다. 둘째가 잠투정을 하고, 첫째가 안 자겠다 씨름하는데 나 혼자 방에 들어가 독서모임 하는 건 남편에게 너무 부담일 것 같았다. 한국에 계신 멤버들도 점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가능한 시간에 독서모임을 새로 열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방북클럽의 시작
왜 해방인가?

내가 주최하는 독서 모임의 이름은 ‘해방북클럽’이다. 내가 어디에 얽매어 있는지, 스스로 얽매고 있는 게 무엇인지 독서를 통해 찾고 싶은 사람들을 모았다.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의 미정을 보고 격한 공감을 했었기에, 미정처럼 해방일지를 쓰고 싶어졌다. 타인을 통해 추앙받기를 원하기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 추앙받을 존재가 되길 원했다. 무언가를 더해서 내가 위대한 존재가 되는게 아니라, 버려야 할 것들을 찾아내 깨끗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도록, 빈공간이 많은 여유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해방’을 외치기로 했다.


북클럽의 특징은?

 해방북클럽의 첫 번째 특징은 정해진 커리큘럼 없이 클러버들이 추천하는 도서를 돌아가며 읽고 발제한다는 것이다. 독서하다 보면 편향된 주제의 책을 읽게 되기도 하고, 나만의 생각에 빠져있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추천 도서를 함께 나누면 나 혼자선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두 번째 특징은 멤버들의 추천 도서를 다 읽고 나면 ‘해방일지‘라는 이름의 글을 쓰고 발표하는 것이다. 글을 쓰면 저절로 내 안의 뿌리를 들여다보게 된다. 얽히고설켜 자라지 못하고 있는 뿌리가 있는 건 아닌지, 글을 쓰면서 엉킨 뿌리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안전하고 곳이기를, 응원 가득한 곳이기를

 때로 익명의 온라인 공간은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기에 가족에게도 못하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나는 해방북클럽이 속닥속닥 좋은 사람들만 모여 해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길 바란다. 나는 새로운 것을 보면 먼저 움츠러들고, 수줍음도 많은 사람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타인의 감정변화를 빠르게 알아차리고 불편함을 없애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해방북클럽 안에서 클러버들이 불편함 없이 해방의 빛을 찾아 걸어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미정은 추앙이란 "응원하는 거.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라고 한다. 해방클럽이 그런 곳이길 바란다. 내가 선하고 뛰어난 사람이라 응원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타인을 생각하는 시간이 오히려 나를 해방으로 이끌어 갈지 모른다는 믿음이 있어서 이다.  


 독서모임을 만들고 보니, 한국에서 너무 사랑하던 독서모임의 형식과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를 섞어둔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해방일지를 쓰는 콘셉트는 미국에 와서 시작한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들레님의 <경주 해방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내가 살아오며 방점을 찍었던 모든 순간들이 한데 모여 연결된 느낌이다. 이 독서모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내가 거기서 인기나 부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한 명을 만나더라도 진심을 다해 응원할 수 있기를 이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 만약 참여를 원하는 분이 계시다면 댓글 메일 등으로 연락주세요. 언제든 추가 인원 받습니다.

*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독서모임하는 내용 보실 수 있어요. @emma_book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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