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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이 Nov 22. 2021

'일상을 여행처럼'사는게 정말 가능할까?

정답을 알려줘도 옮겨 적지 못하는 수험생의 기분으로




언젠가 읽었던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일상의 지겨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매일을 새롭게 들여다 볼 줄 아는 관점의 전환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일상을 여행 온 듯이 사는

태도에 있다고.


그러니까 이를테면,

지금 여기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공간을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고 생각하고,

여행자인 나는 살아 생전 다시 올 기약없이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눈길 가 닿는 무엇 하나 애틋하지 않은

풍경이 없을 테고,

1분 1초 지나는 시간이 안타까워 하루를

충만하게 보내고자 노력 할 것이다.

하루하루 일상을 이와 같이 산다면,

인생이 어찌 지겨울 수 있겠느냔 말이다.


과연 고개를 끄덕이게끔 하는 문장이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하루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는 건,

정말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일까?





고백컨데, 위와 같은 생각을 접한 나는

생의 비밀을 일찌감치 깨우친 현자의 기분으로

'내 주변을 여행자의 눈으로 살피기'를  

주저없이 시도했었다.


그런데 그게,

도무지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출근을 위해 매일같이 몸을 싣는 지하철은 아무리

보아도 낭만적인 구석없이 누추했고,

옆자리 동료의 짜증섞인 표정은

마주치기만해도 이미 하루가 피곤했다.

 나를 둘러싼 주변을 애틋한 시선으로 보고자

노력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점점 더 내 현실의 건조함이

여과없이 전해져오는 기분이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거, 정말 가능한거 맞아?'



여행지에서의 감각은 분명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건 마치, 온 몸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모든 신경 세포가

환하게 불을 밝힌 듯 'ON' 상태로  구동되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있는대로 빨아들이겠다고

왕성하게 활동을 시작한다.

 그럴 때는 하늘도 예사 하늘이 아니고,

 바람도 예사 바람이 아닌게 된다.  

지하철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도시 풍경도

 어쩐지 서정적이고,

목적지를 찾아 가는 길에 접어든 골목길도

언젠가의 극적인 사연을 품고 있는 것만 같다.


생각해보면 그건 여행자라는 특수한 입장을 바탕으로

주변 사물을 기민하게 관찰함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단

낯선 환경 속에서 철저히 외부인인 나를 보다 객관적이고

또 주체적으로 인식함으로써 빚어지는

어떤 자연적인 감각같은 것이었다. 


여행지에서의 나는 평화로운 타지의

일상 한가운데 툭 떨어진 이방인이다.

늘상 있어왔던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속

유일한 비일상인으로서, 자연스레

나 자신을 삶의 주인공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마음이 일렁인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마저

나를 위한 배경음악같이 느껴진다.

눈 앞에 내 삶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나는 여행 중이니까. 


...그런고로 일상을 살아내며

의식적으로 설레는 기분을 양성해내는 일에

저는 실패했습니다, 는 이야기다.


물론, 모두가 나와 같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풍부한 문학적 감성을 지닌 사람에겐 더 유리할까.

실제로 매일매일을 여행온 듯 사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인생은 긴 고통 짧은 행복의 반복임을 인정하고,

가깝게는 다가오는 주말을,

멀게는 연중 열흘 남짓한 휴가를 기다리며,

나의 오늘을,일상을 버티듯 견뎌내는 수 밖에 없는 걸까?

 아...하지만 그건 너무 힘빠지는 결론이다.

오늘의 내 하루가 쌓인 합이 결국 내 인생일진데

버티듯 밀어내는 시간들로 대부분을 채우기에는

한번 뿐인  삶이 너무 아깝지 말이다.


기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혹했던 문장에서 비롯 된 시도이고 실패였지만,

세상에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듯

일상의 의미를 찾고, 충만함을 느끼는

방법도, 그 취향도 저마다 다를 일이다.


그러니, 실망하지 말고,

나의 부족함으로 원인을 돌리지도 말고,

그저 부지런히 줄기차게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할 일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지어 내린다.


곧 마흔이 되는 나이에 이르렀지만,

내 앞에 인생은 여전히 길고 세상은 아찔하게 넓으니

무언가 나에게 맞는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위안 삼으며

조금은 허무하게 마무리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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