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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이 Nov 23. 2021

과장 승진이  대수냐

대수다

찬 바람이 분다

바야흐로 인사 평가의 계절이다


우리 회사는 매해 첫 영업일에 승진 발표가 있다

왜 때문인진 모르지만,

혹여 누군가의  의도의 반영이라면

지독한 악취미다


물론 뜻하던대로 승진 대상 문서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라면

"올 한해  운수대통이로구나,

소고기나 먹으러 가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는 마음으로 더없이 기분좋게 한해를 열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새롭고 희망차야 마땅할 새해가

그 시작부터 이미 한껏 암울하고 막막해진다


그렇게 2년째를 보내고 있다



승진 누락자의 특별한 일 없이

멍때리는 상황에서 사고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나의 경우지만)


생각의 끝에 주로 자괴감으로 연결된다

일찌감치 승진해서 차장에 이른 동기,

작년에 나보다 먼저 승진한 후배,

의도치않게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과

작년에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지금 달랐을까 등등


걔가 나보다 2년 늦게 들어왔지만

내가 육아휴직으로 4년을 쉬었으니까

이번에 승진을 한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그렇게 늦은건 아닌가?

등등


떠오르는 한명한명의 케이스와

나의 입사년도 및 휴직기간을 헤아려보며

어떤 정당성과 자기위안을 찾다가

그건 그것대로 비참해져서 결론은 다시 또 자괴감...


그렇게 찌질찌질대며 2을 보냈다

또다시 찬바람이  분다



니가 부족한게 뭐냐는 친한 동료의 위로도

요새 유행하는 마음챙김류의 서적도

얼마간은 도움이 되었다


가장 바람직한 결론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나의 마음가짐!

호연지기!

 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호기롭게

 "회사 과장이 뭐 대수냐?

안됨 말어~!

외치며 표표히 나의 길을 걸어 가련다"

할 수 있을만큼 의연해지고 싶지만

'과장'은 내게는 참 과장되게 '대수'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는 꿈이 뭐야?"라는

유치원생 둘째 딸의 물음에

"엄마?엄마는 과장님!"

이라고 대답해 버리자

 뭔지 모를 웃음이 픽 하고 새어나왔다.



 그리하여

내년 초 어김없이 찾아올 승진발표를 앞두고

나는 나를 위해 2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그 날은 휴가를 쓸 계획이다

남편 회사 근처 커피숍에 앉아

몰입도 극강의 소설을 읽으며 남편을 기다릴 예정이다

히가시노게이고 정도 생각하고 있다


축하가 되었든 위로가 되었든

남편에게 먼저 받는다면 장난처럼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숨막히듯 조용한 사무실에서

떨리는  손으로 승격 발표 문서를 클릭하도록

나를 두고 싶지 않다


두번째로는

기분전환겸 미용실에 갈 수 있도록

한계치에 이른 새치 염색을 뒤로 미루고 있다

여차하면 확

 빠글빠글 파마라도 해버려야지!



월급과 승진이 9할인 직장 생활이기때문에

(개인차 인정)

연말이 다가오니 여지없이 마음이 수런거린다

수런수런

흔들흔들



그러나 오늘도 조용히

보고서를 작성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자료를 취합한다


기다린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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