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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겨움 Nov 12. 2019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차이

[마음준비] 모두가 여행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세계여행을 꿈꾸지 않는다.
모두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마음과 두려움이 있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친구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편함'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여행은 불편하다.

불편함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네이년과 고글을 미친 듯이 검색하면서
어떤 것이 정확한 정보인지,
어떤 여행루트가 맞을지,
어떤 항공권이 가장 저렴할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여행은 시작된다.
근데 이 검색을 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선택은 잘못될 수 있고, 그로 인한 결과는 오롯이 내 몫이다.

여행을 떠날 때는 어떤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끝없는 줄에 서서
입국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수화물을 부치고, 여권심사를 받고,
출국심사를 받으면
이제 신나는 여행이 시작된 듯하다.
하지만 좁은 비행기 좌석에 내 몸을 구겨 넣고 몇 시간 또는 몇십 시간을 가다 보면
벌써 집이 그립다.

특히나 나처럼 비행기가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에게
비행기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기내식을 먹을 때마다 나는
순창고추장을 빼놓고 온
나의 오만함을 탓한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다시 긴장모드다.
내 돈을 뜯어갈 삐끼들을 물리치고
그나마 믿을만한 얼굴의 순박한 기사 아저씨를 찜하거나
미리 검색한 대중교통을 찾아서 가야 한다.

예약했던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놓고
침대에 눕는 순간에야 비로소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든다.

그리고,
이제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각했던 대로,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고,
맛집이라고 알아놓은 집들은
왜 맛집 인지도 모르고
가서 먹고 있을 나의 여행!!!

'불편함을 어떻게 마주하는가,
어떻게 이겨내는가'에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낯선 사람과의 조우,
낯선 길을 헤매는 시간들,
맛이 짐작되지 않는 낯선 음식을 입에 넣을 때의 느낌,
사진 속 멋졌던 허름한 건물을 마주쳤을 때의 실망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불편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닐까?

낯선 순간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그 순간을 극복한 자기 자신과 하루 일과를 추억으로 여기는 사람.

반대로, 여행을 꺼려하는 사람들은
그런 고생을 돈 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크게 느낀다.
'굳이 왜?' 하는 마음.
가늠할 수 있는 생활의 패턴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그 안정감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세계여행을 준비하는 것은
한 달짜리 여행을 준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디까지 예약을 해야 할지
어떻게 이동을 해야 할지 (시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에 대한
모든 것들을 다 결정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내 하루는
출근해야 했고, 퇴근해야 했는데
앞으로 펼쳐질 시간은 오롯이 내 마음에 따라 머물 수도, 갑자기 떠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하고 싶어서
결정했는데
모든 걸 결정해야 하니
갑자기 막막하다.
마치 수능 끝난 고3 수험생처럼.


그래도,
나는 이런 불편함이 좋다.
낯섦이 좋고, 어색함이 좋다.
가늠할 수 없는 여행의 순간들이 기대된다.

불편함을 느끼기 위해서
가는 여행,
그것이 내 여행이다.

여행길에서 마주칠 수많은 불편함들에 대해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여행자가 되고 싶다.

'왜 이렇게 맛없어! 왜 이래 여기는! 저 사람 사기꾼 아냐?'라는 생각을 하는 모든 찰나의 순간이
내 여행을 다채롭게 칠해 줄 것임을 의심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넉넉한 마음을 갖고 떠나야지!!


열흘 동안 원인 모를 식중독과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멕시코 노래,

자동소총을 든 용감한 젊은이들과
냉방 장치가 고장난 버스,

아무리 걷어차도 꼼짝달싹도 않는
코끼리처럼 뻔뻔스런
새치기 장사꾼 아줌마를 견뎌내며

혼자 멕시코를 여행해보고
새삼스레 절실히 느낀 것은,

여행이란 근본적으로
피곤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여행은 피곤한 것이며,
피곤하지 않은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비참함이 끝없이 이어지고,
예상했던 일이 빗나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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