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웅장함, 그리고 여행
자연이라는 것을 직접 보거나 사진, 영상 등으로 바라볼 때,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수백 아니 수천 년 넘게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이유로 변해있기도 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감히 함께 있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많은 나무들로 가득 차 있는 [웅장한] 모습이 그저 놀랍고 신비롭기만 하다.
신랑이랑 연애하던 시절, 내일로 기차[여행]를 떠났다.
우리 때는 연령제한이 있어서 지금 하지 않으면 못 한다는 생각으로 떠나게 되었던 여행이었는데,
지금은 ‘내일로 두 번째 이야기‘로 개편이 되면서 전 국민, 언제나 이용가능하다고 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힘들 것 같아 내키지 않았지만, 신랑의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이야.’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각각 배낭을 한 개씩 매고, 기차를 타고 걸어 다니며 여러 지역을 다녔다. 더운 여름이어서 정말 쉽지 않았다. 여행하는 동안 그리고 다녀와서도 느끼는 거지만,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기 전, 여행을 같이 하면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고 잘 맞는지 등의 것들을 알 수 있다고 들었다.
나는 힘이 들면 잠시 말이 없어지는 편인데, 우리 신랑도 그런 점에서 비슷했다.
같이 걸으면서도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은 후에 다시 이야기도 하고 이런 소통이 참 잔잔하니 좋았던 게 아닐까? 싶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대화는 똑같은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고, 생각할수록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보성이다.
보성의 메타세쿼이아길과 녹차밭은 푸릇푸릇한 느낌이 가득했고, 잠시나마 힐링을 주는 장소였다.
특히 메타세쿼이아길을 걸을 때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을 맡으며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신랑의 손을 잡고 걷고 있으니 무언가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태양의 열기도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밑에서 식힐 수 있었다.
물론, 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많은 종류의 곤충들이 나의 감성을 건드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선글라스는 없으면 안 될 정도의 쨍쨍한 태양이 비추고 있어서 걷는 내내 땀이 주르륵 흘렀다.
가장 싫어하는 곤충들이 우리를 반기는 건지 우리에게 마치 인사를 건네듯 몸을 스쳐 지나갔다. 소리도 가끔 지르며, 온몸을 털어가며 여행을 계속했다.
여름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이 두 가지가 참 마음에 걸리는 계절이다.
말차를 사랑하는 나였기에 녹차밭은 더욱 마음에 와닿는 장소였다. 다음번에는 시기를 잘 맞춰서 여린 잎을 딸 수 있을 때 가봐야겠다.
아! 우리 딸과 같이 체험해 봐도 너무 좋을 것 같다.
근처에 있던 카페에 들러 잠시 녹차를 마시며 휴식을 가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행복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육아로 잠시 멈췄던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내 마음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그림을 많은 분들에게 다가가 보고 싶고, 이런 과정과 일상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됐다.
[인스타그램 hahai_illust]
https://www.instagram.com/hahai_ill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