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두 번째 전시 _ 번외 편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전시이기에 매일 상주하면서 나의 작품 옆에 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나를 기다리는 4살인 예쁜 딸과 나를 위해 시간을 내준 신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생 때 도전을 많이 해볼 걸 그랬다. 그때는 그저 무사히 졸업을 하면 되는 줄만 알았다.
원래 후회를 잘하는 성격은 아니다. 아마 그때로 다시 되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생활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똑같은 사람인지라 그런지 잠시나마 후회를 했다.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말이다.
한 달의 전시 기간 동안 가족과 주말에 시간을 맞춰서 올라갔다. 부모님은 구리에서, 우리는 대구에서 출발했다. 대구에서 4시간 정도 걸리는 이 먼 거리는 이제 겨우 3살 된 아이를 데리고 올라간다는 건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그때는 아직 영상도 보여주지 않았을 때라 더더욱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낮잠시간을 빼더라도 2시간 정도를 더 가야 하는데 어른인 우리도 정말 힘든데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래도 그 정도면 나름 잘 버텨준 걸지도 모른다.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카페에 도착해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장거리를 잘 견뎌왔다고 생각된 아이가 속이 안 좋았는지 토를 하는 것이다. 다행히 가지고 있던 비닐로 받아냈지만 그때부터 정말 정신없이 신랑이랑 아이를 케어하며 주변 소아과를 알아보고 부모님만 남겨둔 채 빠르게 움직였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아이를 안고 비닐을 옆에 계속 두고 긴장한 채로 있었다. 소아과에 도착해서 진료를 보고 나니 장염이란다.
뭐가 잘못된 걸까?
계속 토하고 먹지를 못하니 마시는 수액이라도 사서 약과 함께 먹였다. 다행히 부모님 집에 있는 2~3일 동안 컨디션도 좋아지고 나아져서 대구로 다시 왔던 아찔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이도, 부모도 모두 힘들었지만 이 또한 추억으로 남겨졌다.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란 걸 또다시 느꼈던 날이었다.
나의 작품과 굿즈들은 거의 지인들이 사줬지만, 소수의 모르는 사람들이 구매해 줘서 조금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뻤다.
이렇게 나의 아쉽지만, 행복했던 두 번째 전시가마무리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육아로 잠시 멈췄던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내 마음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그림을 많은 분들에게 다가가 보고 싶고, 이런 과정과 일상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됐다.
[인스타그램 hahai_illust]
https://www.instagram.com/hahai_ill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