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도 '관계에 진심'이어야 하는 이유

#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관계 역량'이 차이를 만들어낸다

by 포레스트

# 파트너를 통한 간접 판매 방식

글로벌 IT 회사(아래 '벤더')의 경우, 지역별로 위치한 브랜치오피스에서는 일반적으로 간접 판매 방식(In-direct)으로 세일즈 한다. 한국지사의 직원인 세일즈나 기술담당자들이 고객을 만나서 직접 파는 행위를 하더라도, 고객의 구매 결정을 위한 내용들 - 견적 기술지원 그리고 실질적인 계산서 발행 등 '매출'을 일으키는 판매행위 자체 - 는 파트너를 통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생각하면 삼성전자가 텔레비전 세탁기등 전자제품을 팔 때, 제조와 AS를 본사에서 책임지되 실질적인 판매 행위는 총판이나 대리점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직접 판매하지 않고 채널을 통해서 판매한다고 해서 이것을 '간접 판매 방식'이라고 부른다.


파트너사는 공급자 즉 벤더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을 대신해서 구매하고, 역시 고객을 대신해서 벤더에 금액을 지불하고, 고객이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공급사(벤더)와 고객 사이에서 채널링을 하기 때문에 이 파트너사들을 흔히 '채널' 혹은 '채널사'라고 부른다.


# 파트너는 필수불가한 존재

벤더 입장에서 보면 파트너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고객의 앞 단(Tier)에서 Financial Buffering 및 Service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줌으로써 이 댓가를 '마진'으로 받는 것이다. Financial Buffering이란 채널에서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한 이후에는, 벤더와 약속한 기간내에 송금하는 역할을 이른다.


채널은 공급업자(벤더)를 대신해서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고객에게 돈을 받았는지 여부, 돈을 받는 방법과 기간 등과 무관하게 벤더와 약속한 기간내에 무조건 물품대급을 지불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벤더의 직접적인 위험(Risk) 요소를 없애주는 대신에 채널 마진을 제공받는 것이다.


# 파트너사의 '의리의 사나이' - 에피소드

내가 첫 글로벌 IT회사(벤더)에서 영업대표 역할을 하던 때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주요 파트너 중 한 곳의 이 대표님은 이 업계에서 일명 ‘의리의 사나이’로 통했다. 이 대표님은 인연을 한번 맺으면 그 관계를 무척 소중하게 여기고 오래도록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자기 회사의 직원은 물론이고, 고객사의 담당자가 회사 일, 개인 일 혹은 건강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 오히려 평소보다 더 자주 연락하면서 특별한 목적 없이 사람을 챙기는 그의 스타일에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당시 나는 파트너사 대표이신 ‘의리의 사나이’와 함께 아주 높은 확률로 딜을 진행중이었다. 오랫동안 공 들여 온 딜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고객사 담당자가 좌천되어 이번주에 들어오기로 한 발주가 어렵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당시 담당자와는 내부 품의가 완료되서 시스템을 통해서 발주서만 나가면 되는 상황이라고 듣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본사에는 100% 커밋으로 보고한 상태였기에 고객의 좌천소식이나 그 이유보다는 발주서 불가하다는 소식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나는 고객의 사정 따위는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갑작스레 Slip 된 영업기회를 대신해줄 대안을 찾느라 동분서주했던 기억이다.


이 일이 있었던지 2년 뒤 ‘의리의 사나이’ 대표님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큰 금액의 발주서를 받게 된다. 연말이면 늘 그렇듯이 그 당시도 모자란 매출액으로 압박을 받던 상황이라 갑툭튀 매출이 무척 반가웠고, 이 영업기회이 너무 궁금한 나는 그 배경을 이대표님께 물었다. 알고보니 2년전, 그 고객이 좌천되었던 때 이 대표님은 바로 찾아가 위로했고 오히려 더 자주 만나 이제는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고객은 그 당시 최종 구매 결정자로 큰 권력을 갖고 있던 시절로, 귀찮을 정도로 많은 찾아오던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그 일이 터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길을 끊었다고 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좌천되었던 당시 본질과 무관하게 상황만 보고 사람들이 외면하던 외로운 상황에 이 사장님은 오히려 힘을 내도록 격려했고 덕분에 두분이 소속과 직급을 떼고 두터운 관계가 되었던 것이다.


고객은 좌천에서 풀려 업무로 복귀하자마자 대형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어려웠던 시절 이 대표님의 ‘신의’를 잊지 않은 고객은 반드시 그 파트너가 해야하는 이유를 제시했고,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는 금액이 상당히 큰데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경쟁도 없이 일사천리로 갑툭튀가 된 것이다.



# AI시대에도 '관계에 진심'이어야 하는 이유

처음 영업을 시작했을때 경험인 조금 오래된 이야기인데 지금도 종종 ‘의리의 사나이’가 생각난다! 이 대표님은 사업이 더욱 번창해서 얼마전 판교에 사옥을 짓고 입주를 하셨다. 지금도 처음 창립멤버들이 임원으로 한자리씩 하고 계신걸 보면, 고객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에게도 의리의 사나이인 듯하고, 그것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음에 틀림이 없다.


AI 가 밀려오는 이 시대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생 조금 더 길게 봐야한다는 것 그리고 '관계에 진심'이어야한다는 것이다. 결국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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