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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긴거 맞어?

# 차별화를 위해 시작한 골프

영업을 시작한지 한달, 영업으로써 성과를 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냐며 영업에서 베테랑으로 소문난 선배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평소에 나를 잘 아는 선배는 두말할 필요없이 '영업을 잘하려면 골프를 치라'며 그리고 '기왕에 칠꺼면 아주 잘 쳐버려라'며 조언 했다.


강사 출신으로 Presenation 이나 Demo를 구현하는 부분에는 나름 자신 있었다. Pre Sales 직무를 하던 어느날 사장님실에 찾아가 '꼭 한번 영업을 해보겠노라'며 당당하게 시작은 했다만, 선배 영업한테 인수인계 받은 고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학연이나 지연 등 빵빵한 선후배가 있어 찾아갈 곳이 있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직접 손 들고 시작했으니 더욱 잘해 내고 싶었다. 베테랑 선배의 말처럼 IT 업계에 흔하지 않은 여성 영업대표로서 뭔가 차별화가 절실했고 해서 그녀의 조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회사에서 가까운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매일 새벽 아무도 없는 연습장에 문지기를 자청할만큼 연습 연습 그리고 연습을 거듭했다.  


# 즐긴거 맞어? 숙제를 하듯 그렇게!

백프로 '일'로 시작한 골프는 일에서 관련도가 낮아지는 순간 채를 놓아버렸다. 한때 잘 하는 플리이어로 통하던 사람으로 '골프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단 한번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7년 전 어느날 갑자기 골프채를 내려 놓고는 마치 애초에 시작도 안했던 사람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는 나를 보며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때의 나, 일단 시작하면 여느 일처럼 예습하고 복습 복습 복습하고, 운동에 조금은 타고난 자질까지 더해져 탁월한 성과를 내었고, 덕분에 차별화 되어지니 그것이 업무의 성과로 이어졌고, 영업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표가나는 성과가 되어 돌아오니 특별한 인정을 받게 되고, 그러다보니 나 조차 이를 즐긴다고 믿었던 듯 하다 분명.


그러나 멈춘 후, 그것이 아이러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론 없는 결론? 정리 안되는 정리는! 어쩌면 그때의 나, 여러 주어진 숙제를 해치으듯 그렇게, 묵묵하게 견뎠을지도…


# 같은 사람 vs. 다른 몸

자발적으로 골프의 세계로 다시 돌아온 나는 좀 많이 달랐다. 실력은 비록 예전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신나는 놀이를 하듯 그렇게 자발적이고 즐겁다!


3개월 정도면 어느정도 올라올 것을 기대했던 8월 어느 날, 진전이 없는 스스로를 고민하던 내게 고프로님은 마치 '올 것이 왔다'는 듯 스윙의 원리부터 찬찬히 설명한다.


원리를 익히는 시간, 머리가 아닌 내 몸이 이해하는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라는 같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시간 말이다.


그렇지만 숙제를 하듯 그저 열심히 해치우던 그때와는 달라진 지금, 가슴속에 선명해진것이 하나 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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