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이탈리아/스위스 여행: 간이 에필로그

간이 에필로그: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며.

by 모루


이탈리아 여행을 하루 남긴 시점에서 정리해 보자면, 사실 나에게 이탈리아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너무 기대를 많이 했었나 보다. 15년 전,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했었다. 이탈리아에 다녀온 친구에게 어떤 도시가 가장 좋냐고 물어보니, 다 너무 좋아서 어느 하나 꼽을 수가 없다고 했었다. 그 말을 듣고 이탈리아는 온전히 몇 주의 시간을 쏟아서 와야지, 하고 아껴두던 곳이었다. 켜켜이 아껴두며 쌓아 온 시간만큼 기대도 컸었다.


혹은 그동안 내가 유럽을 많이 다녀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나이가 든 탓일까. 20대의 설렘이 없어서일까. 코로나로 인해 여행 세포가 죽어서일까. 여행 성수기에 와서 여행지 구경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했기 때문일까.


아, 어쩌면 유난히도 불친절했던 사람들의 태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도 그랬다. 10년 가까이 러시아어를 공부하며 책으로만 보던 곳들을 드디어 내 두 눈으로 본다며 감동의 눈물을 질질 짜고 다녔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다지 기억에 남는 것들은 없었다.


“내 사진 좀 찍어줄래?”라고 묻는 내게, 단호히 “아니.”라고 대답 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뿐.

그러나, 나는 그저 내가 미처 이탈리아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기를 바란다.


언젠가 다시 이탈리아에 올 기회가 있다면. 다음엔 사람이 많은 성수기는 피해서, 대도시보다는 소도시로만 다녀보고 싶다.


과연 그때는 내 마음을 뛰게 할 수 있을까. 마음 한 편에 조그마한 기대를 남겨둔 채, 우리는 스위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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