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함모니가 꿈에 그리던 쯔위쯔!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떠나는 날.
밀라노-도모도솔라-브리그-슈피츠-인터라켄-라우터브루넨-숙소까지, 멀고도 험난한 이동의 날이다.
이탈리아의 끝자락까지만 왔는데도 그 분위기가 현저히 달랐다. 익히 알고 있던 유럽의 빨간 지붕 이미지가 아니라, 좀 더 스위스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관광객이 많은 대도시 말고 차라리 이쪽으로 왔었더라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까, 아쉬웠다.
잠깐 들른 식당에서조차 불친절함을 겪고 마음이 상했지만, 열차 플랫폼이 바뀌었다며 여행객들을 붙들고 일일이 알려주던 한 여성분 덕에 기분이 조금 풀린 채 기차에 올랐다.
그래도 마지막만큼은 웃으며 떠날 수 있게 해 주는구나.
Hello, Switzerland! (안녕, 스위스!)
스위스 기차에 올라타자 세계 각국의 인사말이 보였다. 여행을 시작한 지 약 보름.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이, 그간 조금 지쳐있던 우리를 다시 설레게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풍경들도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원래는 인터라켄에서 만나기로 했던 아이의 아빠를, 짐이 많아 중간에서 미리 만났다. 넷에서 다섯이 되어 함께 목적지로 향했다.
스위스의 이미지는 너무 좋았다.
역마다 슬라이드 길이 있어 유모차를 갖고 다니는 게 부담이 없었고, 사람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했다. 조금 두리번거린다 싶으면 다가와 무슨 도움이 필요하냐고 먼저 물어볼 정도였다.
따듯한 배려를 한가득 안고 인터라켄에 도착했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호수 앞 카페에서 커피와 맥주를 마셨다. 세상에, 주문받는 사람도 상냥하고 아메리카노의 양도 후했다.
엄마가 웃으며 “스위스는 스윗스윗하네.” 라고 말했다.
숙소에 도착한 후 만난 창 밖의 풍경은, 황홀하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20대 때 본 것과는 느낌이 또 달랐다. 배경은 변함없이 그대로였는데, 받아들이는 내가 그만큼 자라서일까. 그때는 몰랐던 자연의 웅장함과 경이로움이, 이번에는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게 와닿았다.
여행 중 많은 인파와 무뚝뚝한 상인들 때문에 잔뜩 날이 서있던 게, 전부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평화롭고 고요한 대자연이었다.
궂은 날씨에, 잦은 환승. 혹은 오랜 비행. 오늘은 모두가 피곤했기 때문에 밥을 먹고 쉬기로 했다.
엄마가 아이를 재운다며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이상한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부르고 있었다. “함모니가 좋아하는 쯔위쯔! 함모니가 꿈에 그리던 쯔위쯔!” 라며.
나는 그 이상한 노랫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그래도 어떻게, 국민학생 때부터 꿈이라던 스위스에 왔네. 결국 엄마 꿈을 이뤘네. 하는 생각에 뭉클했다.
거의 출발 보름 전에 예약해서 떠난 여행이라 참 우여곡절도 많고 우당탕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떠나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반가워, 나의 엄마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스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