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떴다, 떴다, 열기구!
아이가 열두 시가 다 되어서야 자 놓고 새벽 세시부터 깨서 우는 통에,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열기구를 타러 나갔다. 네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을 태운 벤이 어디론가 향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곳에 내리게 한 후 자세한 설명 없이 그냥 기다리라고만 했다. 피곤해서 그런가, 가뜩이나 새벽이라 추워서 짜증이 났지만 견디는 것 외에 별 수는 없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에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열기구가 엎어져있었다. 너 왜 거기 누워있어?
생소한 풍경에 사고라도 난 줄 알고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눕힌 상태에서 바람을 채워 넣는 거였다. 신기하네.
열기구가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하고, 드디어 우리의 열기구도… 뜬다, 뜬다, 떴다!
아, 내가 튀르키예까지 와서, 꿈에도 그리던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다니. 버킷리스트를 이뤘다는 사실만으로도 황홀했다.
자리 선정을 잘못해서 한꺼번에 멋지게 떠오르는 열기구들을 보지는 못 했지만, 카파도키아의 지형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왜 카파도키아의 열기구가 이렇게까지 유명해지게 되었는지, 위에서 내려다보니 단 번에 이해가 되었다.
열기구를 타고 오른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기가 아니면 안 되는 거구나. 카파도키아가 이런 지형을 가지고 있으니까 멋있는 거구나. (이왕이면 가장자리에 타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출도 내 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그래도 마냥 좋았다.
열기구를 탄지 어느 정도 지나서 사진을 찍을만치 찍었다 싶었을 때는, 여행 중 처음으로 에어팟을 꺼내 노래를 듣기도 했다. 하필 양희은님의 ‘엄마가 딸에게’가 나와서 열기구 안에서 혼자 오열할 뻔했다.
이번 유럽/튀르키예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감동을 느꼈다. 나는 이게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라 그런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지인들이랑 얘기하다 보니 아이 없이 혼자 가서 그런 것 같았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다 보면 진득이 감동할 새도, 그럴 정신도 없으니.
(그래도 나의 감동보다는 너의 경험과 너의 웃음,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더 소중한 게 엄마의 마음이야.)
만족스러운 벌룬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후로 기억이 없다. 거의 최면 수준으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조식은 이미 끝나있었다. 부모님은 아침을 먹었다고 했다. 거의 점심시간이 가까워 올 때라 나도 대충 끼니를 때우고 아이에게 바람도 쐬어줄 겸 다 같이 밖으로 나갔다.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카파도키아의 살인적인 물가에 비해서는 별 볼일 없는 맛이었다. 그래도 아이가 닭날개를 곁들인 밥을 아주 맛있게 먹어줘서 기뻤다. 이제 컨디션이 슬슬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아이는 숙소에 돌아와 한참이나 낮잠을 자더니, 일어나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전엔 아파서 그런가 일어나자마자 징징거렸는데, 웃는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식당에 아이의 젖병을 두고 와 찾으러 가는 김에, 한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카페에 들렀다.
카페 주인은 숱하게 한국인을 상대했다는 듯이, 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우리 집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없고, 아아만 있어.“라고 받아쳤다.
저녁에 로즈밸리 투어가 예약 돼 있어, 아이와의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