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괜찮아, 잘 될 거야.
이른 새벽부터 부모님은 벌룬투어(열기구 투어)를 하러 나갔다. 나는 새벽 내 아파서 잠을 자지 못 한 아이와 아침 느지막한 시간까지 함께 기절하듯 잤다.
부모님이 돌아와 함께 조식을 먹으러 나갔다. 어제는 웬 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우리 아이랑 잘 놀아주더니만, 오늘은 없었다. 오늘도 같이 놀 수 있으려나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아쉬웠다.
여자애 엄마가 아기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던 나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냈다. 자기는 이맘때 너무 힘들었다고, 그래서 아이가 어느 정도 큰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나도 아이가 더 크면 육아가 조금은 수월해질 수 있을까.
온 가족이 아픈 데다 오늘은 비까지 와서, 집에서 푹 쉬기로 했다.
엄마가 화장실에 간 새에, 아이가 밥을 먹다 말고 목과 코가 불편해서인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나대로 아이를 달래려 안고 얼르고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엄마가 벌컥 뛰쳐나와 왜 애를 달래지도 못하고 울리고 있냐며 화를 냈다. 그 말에 울컥해서 또 싸웠다.
엄마도 화장실에서조차 편히 일을 보지 못하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니 예민했겠지만, 나도 억울했다. 내가 울린 것도 아닌데.
화가 나서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딱히 갈 데도 없어서 약국으로 향했다. 어설픈 영어로 아이에게 먹일 약과, 목이 아픈 부모님을 위해 스트렙실을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조용히 약을 건네니,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했다.
무지개가 떴다는 아빠의 말에 다 같이 밖으로 나갔다. 쌍무지개였다. 알록달록한 무지개가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았다.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이한철-슈퍼스타
나온 김에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선셋 포인트로 향했다. 그런데 가다 보니 유모차를 끌고 가기가 번거롭기도 하고, 도중에 비가 올 것 같기도 해서 숙소 근처 시가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파도키아는 튀르키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기념품들을 (굉장히 비싼 가격에) 많이 팔고 있는데, 그중 한 조명 가게가 우리의 눈에 띄었다.
조명이 너무 예뻐 감탄을 하며 가격을 물어보자 조명은 그냥 인테리어이며, 파는 게 아니라고 했다. 아마 카페트 가게가 아니었나 싶은데. 이렇게 조명에 진심일 거면 그냥 조명을 팔아보시는 게 어떨지…
그때부터 우리는 조명을 찾아 기념품샵을 순회했다. 낮에는 안 보이던 조명들이, 해가 지니 속속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굉장히 흔하게 파는 거였다.
엄마가 너무 사가고 싶어 했는데, 고민을 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유리라 깨질 위험도 있거니와, 부모님 댁 마당에는 콘센트 꽂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였다.
별로 한 것도 없이 지나가는 카파도키아의 하루.
그래도 이제 더 이상 아이의 열이 오르지 않아 다행이었다.
나의 아가야,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