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이가 아프다.
일어나자마자 부모님이, 조식이 먹을만한지 보고 오겠다며 테라스에 올라갔다가 금세 다시 돌아왔다. 도무지 먹을 게 없다는 거다. 빵이나 계란조차 없고, 시리얼과 우유 정도가 다라며 황당해했다.
어? 그럴 리가 없는데? 애초에 이 숙소를 예약할 때, 조식이 잘 나온다는 평을 보고 예약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먹을 게 없다 하니 아침거리를 사러 나갔다가, 딱 마트 입구에서 숙소 직원을 만났다. 알고 보니 이곳의 조식은 뷔페식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있으면 차려서 갖다 주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그대로 다시 직원의 뒤를 따라가 조식을 먹었다.
이렇게 잘 나오는데, 몰랐으면 일주일 내내 못 먹을 뻔했지 뭐야.
집밥을 선호하여 무조건 주방이 있는 숙소를 예약하는 우리지만, 아침밥만큼은 숙소에서 제공해주는 게 편하다. 매번 엄마가 일찍 일어나 밥을 차리기도 힘들고, 메뉴 고르는 것도 귀찮고. 이번 숙소처럼 주방이 있는데 조식을 제공해주는 숙소가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여행에서는 정말 딱인 것 같다.
든든히 밥을 먹고 청과물 가게를 찾아갔다. 7박이나 머물 예정이라 사고 싶은 것들을 전부 다 샀다. 가지, 상추, 고추, 바나나, 체리, 수박도 한 통.
전부 아이에게 먹이려고 산 건데. 아이는 어젯밤부터 슬슬 열이 오르더니, 목이 부었는지 과일도 아예 입에 대지 않았다. 심지어 그 좋아하는 분유조차 거부했다.
콧물도 계속 흐르고, 열은 미열과 고열, 어쩌다 정상체온을 반복했다. 아이의 체온에 따라 내 기분도 오르락내리락했다. 아이도 힘든지 잠을 자지 못하고 계속 깼다.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 덱시부프로펜까지. 해열제란 해열제는 종류별로 다 챙겨 왔는데도 턱없이 적어 보였다.
나는 왜 아이가 아플 거라고 생각을 못 했던 거지. 왜 치앙마이에서 잘 지냈다고 여기서도 당연히 안 아프게 잘 지낼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지.
당장이라도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한국에 돌아가서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다. 여기서는 병원에 데려가도 열 정도로는 딱히 조치를 취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어찌어찌 낮잠을 재우고 나니 아이의 컨디션이 조금은 나아져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동네를 거닐다 발견한 피자집에 들어갔는데, 저렴한 가격에 꽤 맛있게 먹었다. 특히, 평소에 화덕 피자를 좋아하는 엄마가 참 좋아했다. 이 정도 맛이면 피자 가지고 이탈리아랑 네가 원조네, 내가 원조네 티격태격할만하다 했다.
아이도 밖에 나가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피자 뒷부분을 곧 잘 받아먹었다.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의 감기도 최고조라 다들 괴로워한다. 나도 다 나아가던 감기가 다시 도지려는지 목이 다시 아파온다. 한국에 간 애아빠도 감기가 옴팡 들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단다.
아, 얄궂은 독감.
아이는 미열부터 서서히 오르더니 새벽에는 열이 39.3도까지 올라갔다. 난생처음 보는 체온에 나는 거의 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우리 아기 해열제 잘 들으니까. 그러니까. 제발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오늘도 아이는 아파서 잠을 잘 자지 못 했다. 부모님은 내일 새벽에 벌룬투어를 나가야 해서, 최대한 엄마를 자게 해주고 싶었는데 아이가 자다가도 깨서 소리를 지르고 우는 통에 그럴 수가 없었다.
고통스러운 기침소리, 괴로운 숨소리를 들으니 엄마가 어릴 때 말하던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속이 문드러지고 타 들어갔다. 모든 게 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았다.
아이의 옆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내일은 열이 떨어지길 바라고 또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