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튀르키예 여행 4.

4. 바가지 택시.

by 모루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로 가는 날.


아무리 대중교통을 좋아하는 나라도, 공항에서 숙소 까지만큼은 편하게 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숙소를 통해 밴을 미리 예약해두었다.



그런데 아뿔싸, 벌룬 투어를 예약하면 공항에서 숙소까지 무료로 데려다준단다. 우리는 이미 차비로만 인당 15유로씩, 45유로(대략 6만 원)나 냈는데. 급히 문의를 해봤으나 숙소와 투어 업체, 두 군데 모두 취소나 경로 변경은 안 된다고 했다.


계획 없이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건 사실 비일비재한 일이다. 원래 45유로쯤은 금세 툴툴 털어버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유난히 더 분하고 아까웠다.



차비의 분함은 뒤로 하고, 체크아웃을 한 후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현금이 없어 돈을 뽑아야 했다. 부모님은 식당에서 짐을 지키라 하고, 실내에 있는 걸 따분해하는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여독의 피로로 인해 부모님과의 갈등이 최고조였을 때라, 엄마가 불안 섞인 농담을 건넸다.


“우리 이러다 고려장 당하는 거 아냐?”


엄마의 센스 있는 농담 한 마디에 웃음이 터졌다. 내가 이 맛에 매일 티격태격 해도 엄마랑 여행 다니지.




야무지게 커피까지 한 잔 하고, 공항버스를 타러 탁심(이스탄불 시내)으로 넘어갔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 여행 준비 기간이 짧아 이탈리아, 스위스는 대충이라도 알아봤는데 튀르키예에 대해서는 하나도 알아보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스탄불에 바다가 있는 줄도, 이런 독특한 지형인 줄도 전혀 몰랐다.


부모님은 꼭 달동네 같다고 했는데, 또 공항에 가다 보니 꽤 높은 빌딩들이 들어선 현대식 지역도 있어서 신기했다.



아이가 비행 내내 잔 덕에 수월하게 네브셰히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이 너무 작아서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까지 걸어가야 했고 (1분도 안 걸림), 짐이 나오는 컨베이어벨트도 딱 하나뿐이었다. 이렇게 작은 공항은 처음이라 귀여웠다.



인당 2만 원짜리 바가지 밴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그런데 가다 보니 경치가 너무 멋졌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단 번에 잊혀지는 풍경이었다.


아, 카파도키아는 이런 곳이었구나.

역시 여행은 사전정보가 없이 와야 새롭고 좋다.

나는 영화도 예고편, 줄거리조차 안 보고 아무 정보 없이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여행도 그렇다.



그렇지만 맛집 정보는 포기할 수 없지.


유명한 맛집에 가서, 유명한 항아리 케밥을 먹었다. 맛은 좋았는데 아빠가 속이 안 좋다며 거의 먹지를 못 해 많이 남기고 온 게 아쉬웠다.


식당의 2층 통유리로 본 카파도키아의 전경은, 맛집의 케밥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의 일주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