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악몽의 그린투어.
어제 레드투어에 이어, 오늘은 그린투어를 하기로 했다.
아이가 답답해해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터미널로 나갔다. 사람들은 이렇게 어린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냐며 신기해 했고, 팔불출 할머니는 사람들을 붙들고 아이의 자랑을 일장연설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부끄러워져 엄마를 급히 말려야만 했다.
오늘 가이드는 첫인상부터 좋았다. 한국어도 능숙하고, 비가 오자 바로 노선을 변경하는 융통성도 있었다. 그래서 버스는 가까운 괴레메 파노라마를 건너 뛰고 데린쿠유 지하동굴로 직행을 했다.
우리의 악몽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내 아이는 원래 이동을 크게 힘들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했다.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서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안고, 먹이고, 바람도 쐬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돌도 안 된 아이에게 사탕까지 줘 보았으나, 그마저도 먹히지 않았다.
이쯤 되니 아이가 아픈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나와 아이만이라도 당장 내리고 싶었으나, 중간에 내려 집까지 가는 것도 막막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데린쿠유에 도착했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있을테니 나랑 아빠만 다녀오라 하여 둘만 투어에 참여했다. 나도 아이와 함께 있고 싶었으나 떠밀려 들어가게 되었다.
투어 하시는 분들은 짜증 날 법도 한데, 오히려 나를 걱정해주셨다. 다들 데린쿠유에 입장하자마자 아이 엄마는 어딨냐며 살뜰히 챙겨주셨다. 내가 연신 사과를 드리자, 한 아주머니께서는 다른 사람들은 신경쓰지 말고 아이만 보라며 따듯하게 말씀해주셨다. 어제 레드투어를 함께 했던 분들도, 아이가 어제는 순하게 잘 놀았다며 두둔해주셨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지하동굴을 구경하면서도 내내 신경은 아이에게 가있었다.
아직도 계속 울고 있으면 어떡하지.
진짜로 아픈거면 어떡하지.
지옥같던 데린쿠유 투어가 끝나고 밖에 나가보니, 아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듯 자고 있었다.
아이가 잠든새 셀리메 수도원에 도착했다. 엄마는 겨우 잠든 아이가 깰까봐 이번에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 덕분에 나는 아빠와 단둘이 사이 좋게 사진을 남길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셀리메까지 보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부부가 아기의자를 물티슈로 닦아주시고 아이도 잘 챙겨주셔서 또, 감사했다.
밥을 먹고 으흘라라 계곡으로 갔는데, 비가 너무 세차게 쏟아져서 우리 가족은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처럼 그냥 버스에 계시는 분들이 많아서 함께 수다를 떨었다.
투어의 꽃, 기념품 가게를 들렀다 마지막 코스인 괴레메 파노라마로 향했다.
맑은 하늘은 볼 수 없었지만, 다행히 비가 그쳐 관광이 가능했다. 일행들과 “흐린 날에도 이렇게 멋있는데, 맑은 날에는 얼마나 더 좋을까?“하며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터키쉬 딜라이트, 오일 등을 파는 가게에 들렀다가 버스터미널에서 해산을 했다.
이날은 다시금 돌아봐도 정말 힘들고 아찔한데, 그럼에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따듯한 날이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만 모였는지. 아이를 맡기고 여행 온 엄마, 부부, 아들과 함께 온 어머님… 그래서 그런지 불편한 상황이었는데도 나와 아이를 더 살뜰히 챙겨주고 이해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하다. 기회가 된다면, 덕분에 죄인이 아닌 한 명의 여행객으로서 참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