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가장 빛나는 도시.
카파도키아 여행을 마치고 안탈리아로 이동을 해야 하는 날.
공항에 가려면 이른 아침부터 바삐 움직여야 했다. 안 그래도 어제 투어가 늦게 끝나 밤이 깊어서야 도착했는데, 하필 공항 가는 벤이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더욱 정신이 없었다.
우리는 처음 도착했던 네브셰히르 공항이 아닌, 카이세르 공항으로 갔다. 네브셰히르 공항에서 괴레메 시내로 올 때는 풍경이 멋졌는데, 카이세르 공항으로 갈 때는 흔한 도심의 풍경이라 감흥이 없었다.
이 소박한 도시에 왜 공항이 두 개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잠시. 오전부터 부산을 떤 피로감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새로운 여행의 시작에 설레 기분 좋게 도착했는데, 전광판을 보자마자 머리가 띵해졌다.
“1시간 45분 연착.”
45분도 아니고, 무려 1시간 45분이나 연착이라니. 그러나 절망할 새도 없이 나는 아이의 기저귀를 갈러 가야 했다.
우리 비행 편은 지연됐지, 곧 출발하는 비행편도 있었지, 공항 1층이 사람으로 바글거려 앉을자리조차 넉넉지 않았다.
사람이 적고 자리가 많은 2층에서 대기를 하려다, 안탈리아까지 쫄쫄 굶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공항 내의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게 비쌌다.
엄마가 “설마 여기서 더 연착되지는 않겠지…“하며 걱정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그게 현실이 되었다.
두 시간 반 연착이라던 비행기는 결국 세 시간이 지나서야 안탈리아로 출발을 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연착은 정말 흔하다. 평소 같으면 ‘오, 역시 외국. 또 연착이네.‘ 하며 여유롭게 너스레를 떨었을 텐데, 애가 있으니 나도 세 시간까지 지연이 된 건 조금 버거웠다.
심지어 우리와 다른 항공편을 끊은 한국인들은 거의 제시간에 떠났다. 왜 하필 이 비행기를 끊었을까. 내 잘못이 아닌데도, 괜히 또 나를 탓했다.
면세점이라도 번듯하게 있으면 모를까, 달랑 구멍가게 두 개만 있는, 너무 작고 아담한 공항이었다.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났던 것 같다.
오매불망 기다린 끝에 드디어 비행기가 떴다. 자리가 많이 남아 이륙하자마자 잠든 (이럴 때는) 효자를 안고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었다.
비행기가 텅텅 비어서 창가 자리에 앉아 보았다. 나는 아무리 장거리 비행기라도 무조건 창가 좌석을 선호했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비행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서서 달랠 수 있는 복도 좌석에만 앉게 된다. 오랜만의 창 밖 풍경에 조바심 났던 마음이 누그러졌다.
‘무사히 도착만 하면 되지, 뭐.’
그깟 연착쯤. 별 것 아니라 생각하면 별 게 아닌 일이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자 노란 택시의 행렬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안탈리아는 비교적 택시 사기가 적은 편이라 크게 실랑이를 하지 않고도 탈 수 있어서 안심이었다.
연착의 고됨을 달래듯 숙소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전경도 예쁘고, 공간도 넓고, 모든 게 우리의 맘에 쏙 들었다. 아빠는 밖에 나가기 싫어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식사를 해결하러 밖으로 나가야 했다. 엄마가 배가 고프다고 어찌나 성화를 하는지, 부랴부랴 나가느라 핸드폰도 못 챙겼다.
딱히 알아보지도, 크게 돌아다니지도 않고 숙소 근처 아무 식당이나 갔는데도, 음식 맛이 훌륭했다. 무엇보다도 관광지인 카파도키아에 비해 물가가 아주 사랑스러웠다.
우리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안탈리아는 우리의 튀르키예 여행에서 가장 빛나는 도시가 될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