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또다시 악몽, 소금호수.
소금호수 투어를 하기로 한 날이라 낮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
낮동안 푹 쉬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아이가 아픈 후로 잠투정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무조건 안겨서, 그것도 밖에서만 자려고 한다. 게다가 아기띠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깬다.
며칠간은 ‘안 아픈 게 어디냐.’하며 견뎠으나, 오늘은 나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한 것 같았다. 침대에 눕히는 시늉만 해도 번번이 깨는 아이에게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화도 식힐 겸, 카페인 충전도 할 겸, 카페로 향했다. 원래는 흔하지 않은 피스타치오 커피를 마셔 볼 예정이었는데, 습관처럼 흔해 빠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버렸다.
주인아저씨는 또 우리 집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없고 아아만 있다고 했다. 그 개그, 며칠 전에도 하셨어요… 그때는 분명 친근하게 느껴지던 멘트였는데, 오늘은 지쳐서인지 식상하다는 뾰족한 마음이 들었다.
늦은 오후, 우리는 예약했던 택시를 타고 소금호수(투즈골)로 향했다. 경치도 좋고, 차를 타서 그런지 아이도 잠이 들고, 이때까지는 아주 순조로웠다.
가는 내내 비가 쏟아져서 걱정을 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비 온 뒤의 풍경이 제법 장관이었다. 상상했던 핑크빛은 아니었지만, 탁 트인 호수를 마주하니 꽉 막혔던 마음이 뻥 뚫렸다.
엄마는 감기 때문에 컨디션이 너무 떨어져 투즈골 쇼핑센터 안에 들어가 있고, 아빠는 벤치에 앉아서 맥주를 마셨다. 나는 운 좋게 한국인들을 만나 아이와 나의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심지어 나중에 보정까지 해서 보내주셨다!)
해가 낮아질수록, 풍경은 더욱 짙어졌다. 조금 더 머물고 싶었지만 엄마가 너무 힘들어해서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평화는 여기까지였다.
그린투어 때는 길어봐야 한 시간 정도 울었을 게다. 이번에는 아이가 투즈골에서 괴레메로 돌아가는 두 시간 반을 내내 악을 쓰며 울었다.
엄마도 무슨 아기가 이렇게까지 우냐며 타일러도 보고, 재롱도 떨어보고, 화도 내봤지만 아무것도 안 통했다. 씨알도 안 먹혔다. 힘들어서라도 이렇게까진 못 울 것 같은데, 아이는 지치지도 않았다.
안고 일어나 흔들면 금세 그칠 텐데. 택시 안이라 서지도 못 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택시기사는 신경질적으로 변해갔고, 택시 안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의 볼륨은 점점 높아졌다.
원래는 부모님만 투즈골에 보내려다 다 같이 가기로 한 게 화근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이의 감기가 많이 나아져서 내린 결정이었는데.
아이와 함께 여행을 했던 육아 선배가, 아이가 아프고 난 뒤엔 한 템포 쉬어가야 한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당장은 괜찮은 듯 보여도 장시간 이동을 하면 힘들어서 또 예민해질 수 있다고 분명 얘기했었는데. 나는 왜 굳이 여기까지 애를 데리고 와서 힘들게 했을까. 내가 미쳤지. 돌아오는 길 내내 수백 번, 수천 번을 후회했다.
하긴, 어른들도 다들 힘들어서 예민해진 마당에 애라고 오죽하겠나. 내가 아이를 너무 혹사시켰던 건 아닐까.
아… 어렵다.
어려웠다.
다행히 아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금방 진정이 되었다. 오늘치 할당량을 다 울어서일까, 웬일로 오늘은 잠투정을 하지 않고 혼자 뒹굴다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아이를 보니 종일 너무 많이 울려 미안했다. 괜찮아졌다 해도 이전보다 나아진 거지, 완전히 나은 건 아닌데. 너도 불편해서 그런 거였을 텐데.
어미 욕심에 네가 고생이 많다.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