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튀르키예 여행 12.

12. 안탈리아의 정(情).

by 모루


안탈리아는 거의 매일 시장이 열리는데, 오늘은 연 곳이 없다. 덕분에 오늘도 아무런 계획이 없다.


설렁설렁 동네 산책을 나섰다. 이왕이면 해변가로 가볼까.


란타나 꽃이 아주 흐드러지게 펴서 엄마가 참 좋아했다. 바다도 청록색으로 맑고 깨끗해 기분이 좋았다.


​ 걷다 걷다 해변가의 카페까지 도착했다. 배경이 배경인만큼 오징어 튀김이 먹고 싶었는데, 재료가 다 떨어졌단다. 하는 수 없이 양파 튀김을 시켰다.


바로 바다로 가고 싶었지만 엄마가 힘든 내색을 보여 숙소로 돌아왔다. 컨디션 조절이 더 중요한 시기라, 아이에게 첫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 들뜬 속내를 애써 삼켰다.



한 잠 자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식당으로 가는 길, 우연히 만난 놀이터에서 아이를 실컷 놀게 해 주었다.


튀르키예에서는 한 도시마다 일주일 가까이 머물고 있다. 이탈리아, 스위스를 여행할 때보다 일정에 여유가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무엇보다도 그간 힘든 일정을 소화하느라 내내 아팠던 가족들이, 안탈리아에서 푹 쉬며 차츰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언제 아팠냐는 듯 신나게 그네를 타며 노는 아이를 보니 흐뭇해졌다.



안탈리아의 매력에 빠져 저녁을 먹기로 한 것도 잊은 채, 항구를 거닐었다. 내내 궁금했던 홍합 밥을 하나 사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하나만으로는 아쉬웠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본 식당을 찾아가기로 했다.



식당은 꽤 멀었다. 나는 조금 지쳐서 엄마에게 도중에 마음에 드는 식당이 있으면 거기로 가자고 했다. 평소에는 곧 잘 노선을 변경하는 엄마인데, 오늘따라 나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가기로 한 식당을 고집했다.



결과적으로, 오늘도 엄마의 감은 옳았다!


안탈리아의 레스토랑 치고 꽤 비싼 편이었지만 서비스와 맛, 모두 훌륭했다. (그래도 카파도키아보다는 저렴했다.)


사실 카파도키아에서 먹은 양갈비가, 양도 적고 맛도 별로라 기분이 상했던 적이 있다. 그 아쉬움을 만회하고자 또 양갈비를 찾아온 건데, 이번에는 대성공이었다.



튀르키예에서는 드물게 아기 의자도 있었다. 아이도 오늘따라 얌전히 있어줘서, 더욱 우아하고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모든 게 행복했다.


행복해서일까 과식 때문일까. 우리는 포만감에 취해 다시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도중, 주스 가게를 만났다. 내 주스도 사고, 아이에게 먹일 코코넛 워터도 사기 위해 흥정을 시작했다. 오렌지주스는 작은 사이즈가 40리라, 코코넛 워터는 70리라였다. 나는 ”두 개에 100리라는 어때?”하며 운을 띄웠다.


주스 가게 아저씨는 나의 흥정을 받아치려는 듯 능청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아이를 보자 바로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너에겐 100리라에 오렌지 주스도 큰 걸로 줄게.”


기분 좋게 돌아가려는데, 우리의 뒷모습을 보며 아저씨가 소리쳤다.


God bless you,
Sweet heart.
(신의 가호가 있기를,
사랑스러운 아이야.)



이번 여행에서 축복 참 많이 받는구나, 너.

축복을 많이 받은 만큼, 부디 행복한 아이가 되었으면. 작은 일도 감사하게 여길 줄 아는 아이가, 그래서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 그리고 나도, 낯선 이방인 아이에게 축복을 말할 수 있는 따듯하고 사랑 많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날씨만큼이나 따듯한 정을 느낀 안탈리아에서, 포근한 하루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