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튀르키예 여행 14.

14. 아이와 단 둘이

by 모루


오늘은 부모님이 파묵칼레 투어에 다녀오기로 한 날이다.


원래 안탈리아를 거점으로, 배낭에 간단한 짐을 꾸려 다 함께 파묵칼레로 가서 1박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아이가 이동을 너무 힘들어하는 바람에 급히 계획을 바꿔 부모님과 나, 두 팀으로 나눠져 일일투어를 다녀오기로 했다. 투어 안 가는 사람은 집에서 육아하기!



대단한 엄마는 새벽 4시부터 일어나 김밥을 쌌다. 나도 부모님이 나가는 소리에 잠시 깼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암막 커튼을 치고 잤더니 역시나 아이가 늦게까지 잠을 자 주었다.


실컷 자고 일어나 어제 산 생선살에 아이 밥을 먹이고, 나도 엄마가 싸놓고 간 김밥을 먹었다. 세 줄이나 싸놓고 갔는데 정신이 없어서 한 줄 밖에 못 먹었다.


나 엄마 맞아? 갑작스러운 둘만의 시간에 대체 뭘 해야 할까 당황스러웠다. 고민을 하다가 안탈리아에 온 첫날부터 내가 가보고 싶어 했던 카페에 가기로 했다.



옆 테이블에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어서, 그 집 할머니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또 졸려한다. 얘는 한 번씩 몰아서 잘 때가 있는데, (그마저도 나를 닮았다.) 그게 오늘인가 보다. 점점 심해지는 잠투정에 마음이 급해 계산도 안 하고 그냥 나오려다가, 직원이 불러 세워서야 알게 됐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아 미안, 우리나라는 후불제라…“ 하면서 하지 않아도 될, 되지도 않는 변명을 했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라, 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이래서 애엄마가 민폐를 끼치나 보다. 아이를 챙기느라 딴 거에는 신경 쓸 겨를도 없고 자꾸 깜빡깜빡한다.



원래 오후에는 “아이와 단 둘이 바닷가 가기“에 도전해보려 했는데 애가 오래 자니까 조금 귀찮아졌다. 그냥 부모님 올 때까지 대충 버텨볼까… 게으름을 피워 보았다.


그런데 내일은 아빠가 타고 싶다던 케이블카를 타러 가고, 월요일에는 내가 파묵칼레 투어에 갈 텐데. 그러면 안탈리아까지 와서 바다 수영을 한 번도 못 시키고 가게 될 것 같았다. 귀찮음을 툭 털고 일어나 아이에게 수영복을 입혀 바다로 향했다.



​ 20-30분을 걸어 바다에 도착했다.

늦은 오후라 그런지 날이 맑지는 않았다. 쨍쨍한 해가 가고,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파도가 살짝 발 끝에 닿을 정도로만 앉혀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세서 내 바지까지 다 젖어버렸다.


거세게 들이치는 파도 때문일까. 아이는 조금 겁을 먹었다. 무리하지 않고 해변에 앉아 조약돌만 가지고 놀게 했다.


한 여자 아이가 우리 아이를 엄청 예뻐해 주었는데, 그 친구도 아직 뭘 모를 나이라 몇 번 돌을 던지려는 시늉을 했다. 아이와 놀아줘서 고맙기는 했지만, 애 둘을 지켜보자니 나도 금세 피로해져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이는 어찌어찌 씻겼는데, 나는 아이를 화장실 밖에 두고 차마 혼자 씻을 수가 없어 오매불망 부모님만 기다렸다.


부모님이 돌아온 후 아침에 남은 김밥으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못 다 한 샤워를 하고 일과를 마쳤다.



오랜만에 아이와 단 둘이 보낸 시간이 참 소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부모님의 소중함도 함께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