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튀르키예 여행 15.

15. 가자, 더 높은 곳으로.

by 모루


먼저 일어나 아이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다 문득 처 음 이 여행을 떠나올 때가 생각이 났다. '한 달 새에 왜 이렇게 많이 컸지...' 싶어서 섭섭했다. 웃긴 건, 언 제나 지금은 어린이 같은데 항상 한 달 전 사진을 보면서 '이때만 해도 아기였네.' 한다는 것이다.


아기야, 조금만 천천히 자라줘.



오늘은 아빠가 타보고 싶어 했던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날이다. 올림푸스 케이블카가 가장 유명하지만 타러 가는 길이 복잡하고 멀어서, 튀넥테페 Tunekt efe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로 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듯, 우리는 숙 소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 나씩 샀다.


여태껏 먹었던 아이스크림의 반 값인데, 심지어 맛있고 직원도 친절했다. 그래서 우리는 오며 가며 여 기서 아이스크림을 정말 열심히 사 먹었다.



아이스크림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출발했다. 정류장까지도 한참이나 걸어가야 했고, 버스도 한 참이나 오지 않았다. 택시를 타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다. 한 30분을 넘게 달렸을 까, 긴 시간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뙤약볕에 지치고, 사람 꽉꽉 들어 찬 대중교통을 타 는 것도 지쳤지만, 막상 도착해서 올라가는 케이블 카를 보니 설레고 좋았다.


케이블카를 타자는 아빠의 성화에 못 이겨 크게 기 대하지 않고 온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꽤나 높이 올 라가서 신기했다.


'올림푸스 케이블카는 이거보다 더 높이 올라간다고? 도대체 얼마나 더 올라가는 거야?'



드디어 도착한 전망대. 위에 올라오니 전경도 탁 트이고 시원하니 좋았는데, 안탈리아에 온 후로는 뭔 가 날이 아무리 좋아도 수평선이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하얀 집, 파란 지붕의 청량한 포카리스웨트가 내가 상상하던 지중해가 아니던가. 그게 비록 튀르키예는 아닐지언정.


그래도 뿌연 수평선을 보며 팝콘도 먹고, 커피도 마 셨다. 부모님은 맥주를 마셨다.



엄마가 오전에는 튀긴 건 아이에게 나쁘다며 먹이 지 말래 놓고, 또 여기서는 아이가 팝콘을 잘 먹는다며 좋아했다. 힘들다, 공동 육아.



한참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는데, 구름이 심상치 않았다. 우물쭈물하다가 내려가는 케이블카에 사람이 몰릴까 봐 잽싸게 움직였고, 현명한 판단이었다. 우 리 뒤로 줄이 엄청 불기 시작했다.



엄마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며 보니 가까운 곳에 해변이 있다기에 잠시 들렀다. 다들 바베큐를 하 고 있어서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바베큐 냄새의 숲을 지나 겨우 바다에 도착했는데, 여유를 즐길 새도 없이 갑자기 비가 왔다. 간이매점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출출하던 차에 우리의 소울 푸드인 감자튀김도 든 든하게 시켜 먹었다. 영어로 "감자튀김(프렌치프라 이)"은 없는데 러시아어로 "감자(까르토펠)"는 있다 고 해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먹다 보니 비는 그쳤지만, 날도 흐리고 왠지 흥이 깨 져 바다수영은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튀르키예에서는 버스를 탈 때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힘들다. 어지럽고 숨이 막힐 정도라 원래 내리려 던 정거장보다 훨씬 빠르게 내리게 됐다. 그런데 이 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현지 택시기사의 강력 추천 맛집이 근처에 있었다.


밥을 맛있게 먹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또 아이 스크림을 샀다. 이제 숙소로 들어갈 차례인데, 왜 우 리는 다시 걷고 있는 걸까.



안탈리아는 걸어도 걸어도 질리지 않는다. 매일 오 는 항구도, 매일이 새롭다.

그렇게 항구를 지나 여러 상점을 돌아다니며 구경 을 하다가, 나는 악마의 눈이 달린 팔찌 하나를 샀다.



그리고 엄마는 카펫을...


아니, 잠깐만 엄마, 진심이야?


아. 진심으로 엄마는 커다란 카펫을 하나 샀다. 너무 크고 무거워 상점 주인이 숙소까지 차로 태워주었다. 덕분에 넉넉히 남았다 생각했던 예산이 간당간 당해졌지만, 그래도 엄마가 매우 흡족해하니 값진 소비였다.


나중에 부모님 댁에 놀러 가면 튀르키예산 카펫이 갈린 거실에 둘러앉아, 우리의 여행을 추억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