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나 홀로 파묵칼레 투어
자유 엄마의 날.
부모님이 지난 토요일에 다녀온 파묵칼레 투어를, 오늘은 나 혼자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 새벽의 색감이 예뻐 기분이 썩 좋았다.
투어가 시작되는 모임 장소에 도착했는데 투어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택시 아저씨가 같이 기다리며 들어오는 차량마다 내 투어 버스가 맞는지 현지어로 일일이 물어봐주셨다.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만 하면 그들의 의무는 끝일 텐데, 굳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낯선 이방인을 도와주다니. 이른 새벽, 잠이 덜 깬 상태였는데도 그 배려가 참 고맙고 따듯했다.
여담이지만 부모님이 투어를 하는 날에도 이 기사님이 데려다주셨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 투어 회사에서 장소를 잘 못 알려준 바람에 서로 길이 엇갈려 버렸다. 택시 기사님은 길바닥에서 30분이나 시간을 허비했는데도, 화내는 기색 없이 오히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택시비까지 깎아주려 했었다고 한다.
부모님 딴에도 영문도 모른 채 한참을 기다렸으니 서로 기분이 상해 얼굴을 붉힐만한 상황이었는데도 이렇게 기분 좋게 일을 마무리짓다니. 새삼스럽지만 대단한 일이었다.
아무튼 덕분에 무사히 투어를 시작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가이드는 간단한 자기소개만 한 후 버스가 달릴 동안 잘 시간을 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는 휴게소와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다시 출발하자 가이드가 무언가를 계속 설명했다. 인구니, 역사니 하는 듣기 평가 같은 영어를 들으며 나는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어느새 파묵칼레에 도착했다.
지천에 핀 들꽃과, 무너진 유적지. 파묵칼레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파묵칼레 하면 생각나는 독특한 파란 석회 계단은 일부분일 뿐, 사실 전체적으로는 유적지에 더 가까운 곳이었다.
근데, 나 무너진 유적지 좋아하네.
잘 보존되어 있는 성이나 성당들은 싫어하는데, 유독 이런 무너진 유적지들에는 마음이 간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보다 라오스 참파삭의 다 허물어진 유적지가 더 좋았듯이.
가이드의 간략한 설명을 들은 후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전문가의 추천 루트를 따라, 우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석회 계단으로 향했다.
아, 내가 사진으로 숱하게 봤던 파묵칼레의 하늘색 물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사실 최근 이곳은 강수량이 많이 줄어, 인공적으로 물을 흘려보낼 정도라고 한다. 기대가 컸던 곳이라 상상과는 다른 모습에 많이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추천 코스인 클레오파트라 온천 (정식 명칭은 Antique pool)으로 향했다.
아빠는 온천이라기엔 수온도 미지근하고 사방에 이끼가 껴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발길 닿는 곳곳에 유적이 묻혀있는 그 뜨뜻미지근한 온천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더 머물고 싶었으나 히에라폴리스 원형극장을 보러 가야 해서 나왔다. 샤워시설이 열악한 데다 따듯한 물도 안 나오는 탓에 대충 물만 끼얹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히에라폴리스는 새로 지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우연히 이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는 한국인 여행객을 만났다. 아버님이 저기 밑에까지 내려가보자고 말하는데 어머님과 따님이 입을 모아 “응, 여보/아빠 혼자 갔다와!“ 라고 대답하는 대목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조심스레 “여행 같이 하신 지… 꽤 됐죠?”하고 물어보니 다 같이 껄껄 웃었다.
세 군데를 모두 방문했으니 오늘의 관광은 끝. 날이 좋아 투어 차량으로 걸어가는 길조차 기분이 좋았다.
투어에서 제공하는 뷔페식 점심을 먹고, 휴게소에 들른 후 안탈리아로 돌아왔다.
아들, 안녕?
엄마는 너 없이 보낸 하루가 꽤 근사했지만, 그래도 네가 너무너무 많이 보고 싶었어.
도착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오늘도 여전히 아름다운 안탈리아의 풍경에, 우습게도 이 낯선 땅에서, 집으로 돌아온 것만 같은 안도감을 느꼈다.
산책을 하고, 분위기가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