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공짜로 얻은 하루.
오늘이 안탈리아를 떠나는 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일이었다.
왜인지 숙소도 비행기도 내일로 잘 예약해 놓고 정작 떠나는 날짜를 착각했었던 것이다. 그 덕에 미련이 남았던 안탈리아에서의 일정을 하루 더 번 것 같은 기분이라 오히려 좋았다.
공짜로 번 하루를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 거의 매일 열리지만 한 번 밖에 못 가서 아쉬웠던 시장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우리의 곳간, 아이스크림 가게를 또 들렀다. 엄마가 이 집 아이스크림은 너무 싸서, 많이 먹고 가는 게 이득인 것만 같단다. 취했을 때 빼고는 단 거라고는 안 먹던 사람이 여기서는 제일 열심히라 귀엽다.
지도 어플로는 시장이 걸어서 45분 정도 거리라고 나왔는데, 실제로는 훨씬 오래 걸렸다. 게다가 그늘도 거의 없는 땡볕이라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가는 길에 오렌지 주스도 사 먹고, 빵집으로 보이는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로쿰을 사기도 했다. 현지인들만 이용하는 가게라 그런지 로쿰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저렴했고, 주인아저씨도 굉장히 친절했다. 튀르키예에 여유 있게 머문다면, 로컬 로쿰집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긴 시간 더위와 씨름을 하며 겨우 찾아왔지만, 웬일인지 시장은 오늘 휴무였다. 안탈리아에서는 시장 운이 영 아닌가 보다.
여기까지 찾아오는 길, 경치라도 좋아서 다행이었다. 시장 맞은편의 큰 마트에서 장을 보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집에서 밥을 먹고 쉰 후, 귀찮고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해변으로 향했다. 오늘에야말로 아이에게 제대로 된 바다수영을 시켜주고 싶었다. 바다 수영이라기보단 해수욕인가…
초보 엄마인 나 혼자 아이를 바다에서 돌보기란, 아무래도 어려웠다.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피로까지 겹겹이 쌓였다. 그래서 저번에는 대충 맛보기만 보여주고 돌아갔었는데, 오늘은 모두가 함께인 만큼 나의 의지가 더욱 불탔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저번에는 무서워서 징징거리던 아이가, 오늘은 신나 하며 잘 놀았다. 파도가 오고 가는 모습을 보며 까르르 웃었다. 나와 엄마는 아이를 케어하며 바다에서 놀고, 아빠는 멀찍이 그늘에서 짐을 지키며 쉬었다.
숙소에서 조금 느지막이 나온 탓에 바닷물이 차가워서 생각만큼 충분히 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이에게 처음으로 바다는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어서 뿌듯하고 보람찼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여느 때와 같았다. 안탈리아에서의 일주일이, 이미 우리의 오랜 삶이 된 것만 같이 익숙했다. 자연스럽게 길에서 주전부리를 사 먹고, 보라색 자카란다 나무를 감상하고, 돌아와서 아이의 밥을 먹였다.
창 밖을 한동안 바라보며, 갈 때가 되어서야 더 맑고 깨끗한 풍경을 보여주는 안탈리아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했다. (이번 여행은 늘 이런 식이다. 갈 때가 되면 맑아진다.)
한 편으로는 안탈리아에서의 일정 내내 이런 날씨였다면 너무 더워서 힘들었을 것 같다며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