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튀르키예 여행 13.

13. 금요 시장을 찾아서.

by 모루


드디어 금요일이다.

재래시장을 사랑하는 엄마와 나는,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안탈리아는 목요일 빼고 매일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장바구니를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 헤매도 시장이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네이버 블로그가 말하는 시장과 숙소 주인이 말하는 시장, 구글맵에 나온 시장의 위치가 전부 미묘하게 달랐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블로그에서 안내 한 길을 따라 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시장을 찾아가는 길에 뜻밖의 재미를 만났다. 웬 모스크의 앞 뜰에, 알록달록한 풍선들을 걸어두고 행사를 하고 있었다.


머리에 스카프를 맨 여인들이 무쇠 솥에 기름을 둘러 전을 굽고, 도넛을 튀기고, 각종 디저트들을 테이블에 꺼내놓고 앉아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명절 같이 여럿이 둘러앉아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엄마와 나는 한껏 들떠서 무슨 상황일까 추측해 보았다. 결혼식인가? 우리나라는 잔칫날 가서 음식을 달라고 하면 주는데, 우리도 한 번 달라고 해볼까? 아니면 여성들을 위한 행사인가? 시리아 난민들의 플리마켓인가?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열심히 의견을 나눴다.


그 순간 누군가 음식을 받아간다. 그리고 돈을 낸다. 오예, 저 음식들, 사 먹을 수 있는 거구나! 우리에게 더 이상 행사의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쭈뼛쭈뼛 다가가, 지짐 같이 보이는 음식을 사 왔다. 안에 딜(Dill)인지 파슬리 같은 허브가 들어 있고, 짭조름했다. 특별할 것 없는 재료였는데 바로 구운 거라 그런지 따끈하니 맛있었다. 내친김에 튀김이랑 만두 비슷한 것도 먹고, 디저트까지 신나게 즐겼다.


상인들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가격을 물어보면 돈통에서 돈을 꺼내 보이며 배시시 웃었다. 그 순수함이 참 좋았다.



먹은 자리를 정리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한 노부부가 양손에 비닐봉지를 가득 든 채 지나가고 있었다. 노부부가 온 길을 따라가니 시장이 있었다. 배도 불리고 시장도 손쉽게 찾았으니 일석 이조였다.




드디어 찾아 헤매던 재래시장에 도착했다. 엄마와 나는 양손 가득 과일과 야채, 생선까지 구입했다. 오랜만에 장을 보니 신이 났다.


돌아오자마자 생선을 굽고, 감자를 튀기고, 양송이를 구워서 맛있게 가정식을 해 먹었다. 오랜만의 가정식에 마음도, 배도 든든해져 몸이 노곤했다.


스페인 사람들이 시에스타(점심 후의 낮잠 시간)를 즐기듯, 우리도 낮잠을 청한 후 다시 밖으로 나갔다.




마침 참기름이 떨어졌는데 마트를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간 마사지 오일집에서 참기름을 발견했다. 식용도 가능한 거냐 물으니 참깨 100%라 당연히 먹어도 된단다.


뿌듯한 마음으로 요리에 써보았는데 아무런 향이 나지 않았다. 오일 가게 사장님이 나를 속인 것도, 사기를 친 것도 아닌데 왠지 속은 기분이었다.


하긴. 참기름 향이 나는 마사지라니. 배만 고파질 것 같다.



기사식당 느낌이 물씬 나는 곳에서 밥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저녁 산책을 했다. 가판대에 신발을 잔뜩 쌓아놓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팔길래, 엄마가 편하게 신을 슬리퍼를 하나 사서 들어왔다.

새 신발아, 앞으로 엄마의 편안한 여행을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