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네팔 한 달 살기 6.

6. Happy birthday in Pokhara.

by 모루


아침부터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 문제로 아주 바빴다. 이사를 마치자마자 온 여행이라, 새 집의 문제들로 전화도 계속 온다. 내 몸은 네팔인데 한국의 일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어서 버거웠다. ​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카페에서도 내내 어린이집 문제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커피를 대충 입에 털어 넣고 일어났다. 아이 몫으로 수박주스를 시켰는데 마시지 않았다. 음료 문제는 며칠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설산이 보여 조금 둘러 산책을 했다. 나의 엄마가, 나의 아이에게. 설산을 보여주고자 손을 뻗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복잡한 머릿속을 털어내고 흐뭇하게 웃으며 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내 눈에도 오래오래 새겨두었다.




​ 오늘은 아빠 생일이다. 아이는 낮잠을 자고 부모님은 쉬고 계시는 동안 나는 아빠 몰래 밖에 나가 생일케이크를 사 왔다.

숙소 근처에 후기가 좋은 레터링 케이크집이 있었다. 케이크 위에 “Happy birthday in Pokhara(생일 축하합니다, 포카라에서.)“라고 써달라 했더니 사장님이 비문이라며 “Birthday Celebration in Pokhara(포카라에서 생일 기념.)“라고 고쳐 써주었다. 의기양양하게 케이크를 받아 들고 와서는, 아빠 몰래 살며시 냉장고에 숨겨두었다.



아이는 나가자고 성화인데, 아빠는 감기 때문에 힘들어했다. 엄마와 나만 아이를 데리고 길을 나섰다. 요즘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에게 나무에 달린 바나나를 보여주겠다며 성화다. 오늘은 아이가 나무를 보더니 먼저 “바나나! 어? 없네?” 했다. 엄마가 ​참 기뻐했다.


늘 걷던 관광지의 큰길이 아닌, 동네 골목길로 다녔더니 네팔인들의 삶이 날것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집 앞의 작은 텃밭, 햇볕에 널어놓은 빨래. 산책길 내내 차도 없고 한적하니 평화로웠다.



숙소로 돌아와 각자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아빠의 생일 기념 외식이었다. 원래는 스테이크를 써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엄마가 허름한 꼬치집에 꽂혀버렸다. 바비큐 꼬치를 좋아하는 아빠를 생각해서 고른 집이었다.

닭꼬치는 맛이 괜찮았는데, 버팔로 꼬치는 너무 오래 구워서 그런지 질겼다. 네팔식 만두인 모모도 시켜 먹었다. 성인 셋인데 별로 먹은 것도 없이 다들 배가 불렀다. 모두가 소박하게 행복했다.




​ 저녁에는 다 같이 생일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 불을 끄기만 하면 아이가 “한번 더!” 하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긴 초가 다 탈 때까지 계속 불을 붙였다 껐다를 반복했다. 아빠의 생일인데, 정작 초는 아이가 다 껐다.

​ 보다 못해 지친 내가 “저 케이크 오늘 안에 먹을 수 있는 거야?”하고 물었더니 엄마가 “꼭 먹어야 돼?”라며 되물었다. ​아빠는 긴긴밤 할 일도 없었는데 잘 되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빠의 생일인지, 아이의 생일인지 모를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