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네팔 한 달 살기 5.

5. 페와 호수와의 첫 만남.

by 모루


엄마는 시차적응 중인지 대여섯 시부터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아침을 먹은 후 장을 보러 나섰다.


분명 “Department Store(백화점)“라고 적혀있어서 찾아간 곳이었는데 그냥 조금 큰 마트나 편의점 수준이었다. 그래도 참깨에 흑임자까지 별거별거 다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기는 했다.


한 달 동안 쓸 큰 올리브유와 후추, 아기용품, 휴지 등 생필품을 사 왔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뒤쪽으로 희끗희끗 설산이 보였다.



​ 집에 도착하자마자 설산이 더 잘 보일까 싶어 급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나무에 가려져 시원하지 않은 전망이었다. 실망을 안고 방으로 돌아왔다.



​​낮잠을 자고 페와 호수를 구경하러 밖으로 나섰다. 공항에서 아빠를 잃어버릴 뻔한 일도 있고 해서, 가는 길에 유심을 구매했다. 그런데 유심 구매하는 데만도 하루 반나절이 걸렸다. 어느새 배가 고파져 근처 화덕 피자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제는 아이 몫까지 라씨를 두 개나 시켰는데 아이가 잘 안 먹었다. 그래서 오늘은 하나만 시켰더니 이번엔 또 혼자 다 먹어버렸다.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진짜… 결국 하나를 더 시켰다.


라씨도, 피자도 모두 만족스럽게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페와 호수에 도착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한적한 호숫가는 어디로 가고 철조망이 쳐진 삭막한 호숫가가 나왔다.

‘어, 이게 아닌데…’

이런 호숫가라면 포카라에 정을 붙이기가 퍽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덜컥 겁이 났다.




다행히 호수를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니 딱 내가 그리던 포카라의 페와 호수가 나왔다. 고즈넉한 호숫가 주변으로 펍과 레스토랑, 호스텔이 있었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바람이 시원하고 햇빛은 따듯해 걷기가 좋았다. 불안했던 내 기분도 금세 좋아졌다.



아빠가 감기 때문에 힘들어하길래 또 집에서 쉬었고, 아이도 낮잠을 또 잤다. 네팔에 온 후로는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낮잠을 두 번씩 잔다.


다들 자고 일어나 아이용으로는 간장 찜닭을, 어른들용으로는 닭볶음탕을 해서 저녁을 먹었다.


아이는 한 입도 먹어보지 않은 채 밥을 안 먹겠다며 심하게 울고, 밥을 먹기 전에 과자를 달라며 떼를 썼다. 그전에도 내내 안아달라,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변덕을 부리기에 힘들었는데 밥까지 거부하니 감당이 안 됐다.


화가 잔뜩 나 있는데, 엄마가 아이의 분위기 환기를 위해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한숨이 나왔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다시 간단한 밤 산책을 나섰다.



​집에서는 밑도 끝도 없이 생떼를 부리며 울던 아이가, 밖에 나오니 천사가 따로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합장하며 “(나마)스떼~”하고 인사도 해주고, 기분이 좋은 듯 온갖 애교를 떨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아주 약이 올라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에 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수정아!”


엄마, 아빠와 다녀서 그런지 며칠 전부터 아이는 이따금씩 이름으로 나를 불렀다. 그 소리를 듣노라면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가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


자식이 뭐기에 이리 내 기분을 롤러코스터마냥 들었다 놨다 한단 말인가.



내일은 부디, 롤러코스터 같지 않은, 그저 평온한 하루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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