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네팔 한 달 살기 4.

4. Home, sweet home.

by 모루


카트만두는 맛보기였다. 오늘은 드디어 본격적으로 한 달 살기를 하기로 한 포카라로 떠나는 날이다.


아이는 일곱 시도 되기 전부터 일어나 나를 깨웠다. ​귀찮아서 조금 더 누워있으려니 아이가 “엄마, (이불에서) 빼! 빼!” 하며 팔을 잡아당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 벌떡 일어났다.



아직 비행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커피를 마시러 밖으로 나갔다. 이른 아침이라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한참을 찾다 ‘24/7’이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이름처럼 7일 24시간 내내 열 것 같은 곳이었다.


며칠간 라씨 한 잔을 혼자서 다 마신 아이 때문에 내가 마실 게 없었다. 그래서 두 잔을 시켰더니 오늘따라 또 먹지 않는다. 결국 이번엔 내가 두 잔을 다 마셔야 했다.



카페에서 일어나 다시 호텔로 갔다. 로비에서 쉬다 이륙 한 시간 반 전에 출발하기로 했다. 아무리 국내선이라지만 그렇게 간당간당하게 움직인 건 처음이라 내심 불안했다. 호텔 직원에게 시간이 충분한지 물었다. 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충분한 것보다 더 충분해! (More than enough!)”


​​

짐이 많아 택시 두 대를 불렀다. 엄마와 나, 아이가 한 차를 타고 아빠는 다른 차를 탔다. 그게 화근이었다.


공항에 도착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빠가 오지를 않았다. 혹시 우리가 외국인이니 국제선 공항으로 간 건 아닐까? ​한참 고민을 하다 나 홀로 택시를 타고 국제선 공항으로 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빠는 그곳에 있었고, 우리는 무사히 만날 수 있었다. 이 소동을 한바탕 겪은 후에도 시간은 충분했다. 정말 말 그대로 More than enough였다.




이제 30분 비행 정도는 껌인 베테랑 승객. 아이는 칭얼거림 하나 없이 창 밖 경치를 구경했다.


문제는 나였다. 네팔 국내선은 워낙 사고로 악명이 높아서, 난기류를 만났을 때는 덜컥 겁이 났다. 원래 비행기 흔들리는 것쯤 아무렇지 않았는데, 아이가 있으니 작은 일도 크게 느껴졌다. 괜히 아이를 더 꼭 안았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밖에 나갈 수가 없어서 고기도 참치도 없는, 김치뿐인 김치찌개를 끓였다. 묘하게 해외 한식당에서 파는 맛이 나서 웃겼다.


“아, 한국이었으면 이런 건 절대 안 먹었을 텐데, 여기서 먹으니까 이상하게 맛있네.”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분주히 숟가락을 움직였다.



엄마는 식재료를 꺼내서 요리를 해 먹고 나니 여기가 정말 한 달 살기를 할, 우리 집이라는 실감이 든다고 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우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