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네팔 한 달 살기 3.

3. 바가지 택시 투어.

by 모루

오늘은 원숭이들이 많아 우리나라에는 “원숭이 사원”이라고 알려진, 스와얌부나트에 가기로 한 날이다.


이제는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가, 아니면 여럿이 함께 다니는 여행이라 그런가. 아침부터 택시 실랑이를 하는 게 귀찮아서 호텔에 불러달라고 했다.



택시를 타고 사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흥정하기 싫어서 탄 택시의 기사가, 반나절 투어 흥정을 한다. 스와얌부나트에서 구경할 동안 우리를 기다렸다가, 무슨 케이블카 타는 데를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비 예보가 있었던 날이라 ‘이 날씨에 웬 케이블카?’ 싶어서 날씨가 이런데 괜찮냐 물으니 거기는 고산지대라 괜찮단다.

안 그래도 사원에 계단이 아주 많다는 정보를 보고 지레 겁을 먹었던 와중에, 택시기사가 끈질기게 설득을 하니 못 이기는 척 넘어가 버릴까 싶었다. 부모님도 종일 자가용 없이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는 버겁겠다 생각했는지 돈을 조금 쓰더라도 택시를 빌려 타고 다니자고 했다. 거래가 성사되었다.


아이는 택시기사랑 얘기하는 내내 내가 말하는 “예스, 땡큐, 오케이.” 같은 말들을 따라 하고 끼어들어 어른들을 한바탕 웃게 했다.

너 벌써 2개 국어 하니..?



사원에 도착하자마자 이름답게 우리를 반겨주는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혹시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내 걱정이 무색했다. 오히려 즐거워했다. ​사람들이 “몽키!” 하니 아이도 “몽키!” 하고 따라 하며 깔깔거렸다.


택시기사가 둘러보기 편한 곳에 내려주어 다행히 계단은 생각했던 것만큼 많지 않았다. 다른 여행때와는 다르게 아이가 혼자서도 잘 걸어 다니니 분명 편한데, 또 불편했다. 이상하게 힘이 덜 드는데, 더 들었다.


그래도 하나 분명한 건, 아이가 어느새 자라 이렇게 씩씩하게 혼자 잘 걸을 수 있음이 대견했다. 근데 이런데선 제발 손 좀 잡아, 제발.


사원 곳곳에 강아지들, 원숭이들이 많아 신기했지만 나와 엄마는 그들의 배변 냄새 때문에 둘러보는 내내 고통받아야만 했다.​ 그래서 다소 급하게 사원 구경을 마쳤다.




택시를 타고 케이블카 타는 곳에 도착했다. 케이블카 요금이 인당 22달러라 깜짝 놀랐다. 네팔에서는 꽤 큰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가기는 싫어서 돈을 내고 올라왔는데,




날씨가 흐려서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그나마 날이 갠 거였다.)


엄마가 그 택시기사는 애국자라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날 외화벌이를 이렇게 해준다며 농담을 던졌다. ​어차피 포카라에 한 달을 머물 예정이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케이블카 정상에 소박하지만 놀이터가 있었다. 공짜로 올라온 아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속으로 ‘비싼 놀이터 왔네.’하며 혀를 찼다.



내려가기 위해 케이블카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아이가 주저앉았다. 돌계단 틈에 핀 민들레를, 만지지도 못한 채 소중한 듯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음이 예쁜 아이로 자라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택시기사는 관광을 더 시켜주겠다며 계속 말을 붙였지만, 날씨도 좋지 않은 데다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그만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다시 밖으로 나오기가 힘들 것 같아 근사한 식당에 들러 ​식사를 했다.


야외좌석이 있어서 아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고, 음식도 모두의 입에(특히 엄마에게) 잘 맞았다. 다들 고된 하루를 편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