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충 준비해서 떠난 여행.
여행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여행 때문이 아니라, 이사 때문이었다.
집이 걸린 문제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여행은 자연스레 등한시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준비도 못한 채 출국 전날이 되었다. 급히 대비를 하느라 잠도 거의 못 잔 상태로 공항으로 향했다.
내가 아직 끝내지 못한 이사 관련 문제를 붙들고 분주하게 뛰어다닌 것만큼이나, 힘이 넘치는 아이는 부지런히 공항을 뛰어다녔다.
아이들의 대통령, 뽀로로 만세!
인천공항 만만세!
뽀로로존에 도착하니 바쁜 나를 대신해 아이의 뒤를 쫓아다니며 진땀을 빼던 부모님도 한 김 쉬어갈 수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니 그제야 ‘아, 맞다, 나 여행 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렇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실감이 늦었다.
공항에서 열심히 돌아다닌 탓에 아이는 거의 이륙하자마자 잠이 들었다. 한 네 시간은 자줬으면 하는 바람과는 달리, 한 시간 만에 잠이 깼다. 그렇다고 울거나 보채지는 않았다.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머리도 크고, 기동성도 생겨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다행이었다.
다만, 비행기를 혼자 열두 바퀴씩 돌며 눈 마주치는 사람한테마다 인사를 하고, 승무원분들께 애교를 부리는 아이는 참 당황스러웠다. 오죽하면 입국 심사를 하려고 기다리는데,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오신 한국인 아주머니들께서 “쟤야, 쟤! 인사하던 애!”라고 하셨을 정도였다. 나는 어쩌자고 이렇게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아이를 낳았는가… 부끄러움은 항상 내향적인 나의 몫이었다.
무사히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화장실 비주얼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동남아, 남미, 유럽의 화장실들로 단련된 내가, 이렇게 사용하기 싫은 화장실은 또 참 오랜만이었다. 대개 공항 화장실은 제법 깨끗하기 마련인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숙소의 픽업서비스를 이용해 안전하게 이동한 후, 저녁 식사를 위해 한밤중에 길을 나섰다. 다행히 해가 진 늦은 저녁에도 상점들은 열려있었다.
식당을 찾는 동안 아이는 흙길에 드러눕고, 잘 가다가 갑자기 쪼그려 앉아 흙바닥을 만지고, 만나는 계단마다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제 멋대로인 통에 아주 진땀을 뺐다.
결국 우리는 눈에 띄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버렸다.
처음 맞이한 네팔의 저녁 식사는 정말 맛있었다. 맛은 있었지만…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려 나온 음식은 우리의 식욕을 꺼뜨리기에 충분했다. 아이가 졸릴 시간이었는데, 밖이라 신나는 걸 주체를 못 해서 더 힘들었다.
입맛을 잃어 깨작깨작 먹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잠을 청했다. 아이는 안 잔다고 버티더니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엄마는 아이가 여행 오는 걸 아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공항에서부터 그렇게 신나 하는 거 아니었을까?” 엄마는 말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던 8개월 시절에도 낯선 환경에 잘 적응했었다. 내 아이지만 참 희한한 녀석이다. 아니, 내 아이라서 그런 건가?
그래,
이번에도 네가 좋아하는 여행을 통해
많은 걸 보고, 많은 걸 배우고,
많은 걸 느끼고 가자.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