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여행 05
덴마크 여행 05
코펜하겐 호텔 (3)
리노베이션 호텔의 마지막이자 덴마크 여행에서의 마지막으로 머무른 곳, 호텔 오틸리아다. 덴마크 대표 맥주 '칼스버그' 양조장에 오픈한 부티크 호텔로, 칼스버그 창립자 칼 요한슨의 부인 이름에서 따왔다. 2018년 덴마크 부티크 호텔 체인 브로슈너 Brøchner에서 오픈해 운영 중이다.
칼스버그 시티에 위치한 곳으로 코펜하겐 중앙역에서는 버스로 10분 정도. 마지막날 호텔에서 여유롭게 쉬고 마무리할 겸 꼭 가보고 싶었던 오틸리아 호텔로 정했다.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서쪽으로 도보 20분 거리에 위치한 칼스버그 Calsberg 시티. 지하철역 이름도 칼스버그 역이다. 우리는 캐리어가 있어 호텔 앞에서 바로 버스를 타고 호텔 오틸리아로 향했다.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칼스버그 가문의 위엄! 그들만의 공화국 같은 느낌인데 예로부터 양조장이 있던 동네라 칼스버그 뮤지엄, 오틸리아 광장 등 칼스버그의 상징적인 공간들이 많다.
Name in English | Hotel Ottilia By Brøchner Hotels
Address | Bryggernes Plads 7, 1778 København, 덴마크
Accommodation Fee | Standard Double Room 1,000 DKK (18만 8천 원) - Deluxe Room with Round Window 1,400 DKK (26만 원)
Hotel Ottilia | Nyt Luksus Boutique Hotel i Carlsberg Byen, København (brochner-hotels.dk)
1840년대 덴마크의 왕 프레데릭 7세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맥주를 만들어보고자 여러 양조장에 명하게 된다. 유서 깊은 양조 가문의 제이콥 야콥슨은 아들 ‘칼 야콥슨’의 이름 Carl과 양조장이 있던 언덕을 의미하는 berg를 더해 ‘칼스버그 Carlsberg'라는 맥주를 만들었고, 1847년 정식으로 출시하며 덴마크 왕실의 공식 맥주가 된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양조 방식과 사업 방식에 대해 갈등을 겪게 되고, 1882년 아들 칼 야콥센이 독립 후 새로운 맥주를 출시하게 된다. ‘New’를 뜻하는 Ny Carlsberg 맥주이다. 출시 이후 사업 규모나 판매량 등에서 아들의 맥주가 아버지의 맥주를 추월하게 되지만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아들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업은 함께하지 못했다. 결국 아버지의 양조장은 그의 죽음 이후 재단에 맡겨졌다가 1906년 아들의 양조장 Ny Carlsberg Brewery와 합병되었다.
다시 호텔 이야기로 돌아와서, 1800년대 후반부터 이어져온 맥주처럼 양조장도 역사가 오래되었다. 먼저 1881년 지어진 몰트 챔버 Malt Chamber. 덴마크국립미술관(SMK)을 지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 빌헬름 다헬레루프 Vilhelm Dahlerup가 지었다.
이후 1969년 몰트 챔버 왼쪽으로 스토리지 셀러 3 Storage Cellar 3가 지어지면서 칼스버그 시티의 초입부 건축물이 완성된다. 스벤 에스케 크리스텐슨 Svenn Eske Kristensen이 설계해 덴마크 기능주의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전면에는 60여 개의 반짝이는 골드 디스크 창문으로 디자인했는데, 황금 맥주의 원형을 본떠 만들어 과거 칼스버그 시티의 양조장이 가졌던 부와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2015년 본격적으로 양조장을 호텔로 개조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의 크리스토퍼 할랑 교수와 지속가능 디자인을 선보이는 건축 스튜디오 Arkitema가 담당했다.
저장고와 창고로 쓰였던 스토리지 건물이다 보니 호텔로 바꾸면서 방마다 햇빛이 들도록 개조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골드 디스크 양옆으로는 작은 세로 창문을 냈고, 반대편의 원형은 창문을 만든 것이 룸마다 차별화된 포인트가 되었다. 각각 스탠다드 더블룸, 라운드 창문이 있는 디럭스 룸.
체크인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향했다. 라운지를 겸하고 있어 즐거운 음악이 흐르고, 경쾌하게 맞아준 스태프들. 라운지로 가는 길목은 과거 맥주 홉을 위한 사일로를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 이곳이 과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준다.
양조장을 개조한 호텔답게 호텔 오틸리아는 와인&위스키 타임이 있다. 오후 5-6시 사이에는 로비 라운지에서 글라스 와인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와인 아워 WINE HOUR, 밤 10-11시에는 나이트 캡 아워 NIGHTCAP HOUR. 잠들기 전 마시는 술 한잔을 의미하는 나이트 캡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라운지 역시 양조장으로 사용했던 과거의 흔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러스틱한 기둥과 빔, 목조 천장과 오래된 벽돌... 모던한 스칸디나비안 가구가 더해지며 과거와 현재의 조화가 돋보인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스탠다드 더블 룸인데 보수 중이라 디럭스 더블 룸으로 업그레이드해주었다! (1박 1,029 DKK, VAT 25% 포함) 카운터에서 체크인 후 룸으로 이동했다.
운 좋게도 룸 업그레이드로 묵어보는, 호텔 오틸리아의 대표적인 방. 정면에는 소파를 겸하는 라운드 창. 창문 너머로는 칼스버그 타워와 광장이 내려다 보였다.
가장 놀란 건 높은 층고! 기존 양조장 창고로 사용되던 구조를 그대로 사용해 3-4m 높이의 층고라 답답하지 않았다. 노출 콘크리트 천장과 기둥으로 인더스트리얼한 무드를 보여주면서도 앤틱한 헤링본 마루에 모던한 스테인리스 가구를 더해 디테일 하나하나 아름다웠다.
다음은 욕실. 화장실은 입구 옆에 분리되어 있고, 샤워실은 침대 옆 오픈형으로 연결된다. 세면대에서 침대와 원형 창이 보이는 구조! 습하진 않을까 걱정도 되었는데, 층고가 워낙 높아 쾌적했고, 건조하고 추운 날씨의 북유럽이다 보니 욕실 습기가 문제 되진 않았다.
방도 둘러보았으니 본격적으로 호텔 구경!
저녁은 5층 루프탑 레스토랑 트라몬토 Tramonto에서 먹기로 했다. 칼스버스 시티 전경이 보이는 테라스 전망도 유명하다. 해질녘이라 더욱 아름다웠던 순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조식도 이곳에서 서빙하기 때문에 테이블이 엄청 많다! 오픈형 주방인 레스토랑이라 음식 준비 과정도 볼 수 있다. 사진 찍는 것도 엄청 반겨주었던 셰프님들.
덴마크에서의 마지막 디너인 만큼 여유롭게 즐겼다. 칼스버그 시티까지 왔으니 맥주 한잔은 마셔줘야지! 덴마크에서 가장 사랑받는 식재료인 버섯 요리는 언제 시켜도 실패가 없다. 풍부한 치즈와 피스타치오가 별미였다.
칼스버그 필스너 (65 DKK) / 칼스버그 1883 (70 DKK)
비텔로 토나토 Vitello Tonnato (159 DKK) : 마요네즈 크림 + 송아지 고기 + 참치
이탈리안 스트로짜프레띠 Italian Strozzapretti (175 DKK) : 시즈널 버섯 라구 + 피스타치오 + 스트라치아텔라 (이태리 부라타 치즈 종류)
마르게리타 피자 (135 DKK)
저녁을 먹고 칼스버그 시티 산책. 디필론 Dipylon (그리스어로 더블 게이트) 너머로 칼스버그 시티가 시작된다. 두 개의 아치가 아름다운 게이트이자 몰트 챔버와 연결된 시계탑으로 1892년 빌헬름 다헬레루프가 설계했다.
디필론 너머로 들어서면 칼스버그 호텔 안쪽 광장과 두 마리 코끼리가 서있는 엘리펀트 게이트 Elephant Gate로 1901년 빌헬름 다헬레루프가 설계한 것으로 칼스버그 디스트릭트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이다. 게이트 위 탑은 급수탑과 허브 사일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루프탑에서 내려다보았던 유리 타워는 바로 등대! 석회암(라임 스톤 Lime Stone)으로 지어져 라임 타워 Lime Tower로 불린다. 1883년 지어져 Gammel 칼스버그 양조장의 새로운 정문과 함께 세워졌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으로 각각 Gammel (Old)과 Ny (New) 이름을 붙여 설립한 양조장. 전기 등대로 당시 전깃불이 폭넓게 사용되던 시기가 아니라 관리와 치안 목적으로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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