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여를 다닌 직장을 퇴사한 지 1년(17년 4월 퇴사)이 조금 넘었다. 좋은 기억도, 나쁜 추억도 많았지만 어쨌든 내 첫 정규직 직장이다. 그 직장에 대해서는 '간절히 바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직장의 조건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수준'에 해당하는 그런 곳이었다. 오만했다, 내가 감히 평가를 하다니. 그 때문이었을까. 그곳에서의 나는 열심히지만, 최선은 아니었다.
그래서 입사 후 2년이 반시체였다. 옳지 못한 일에 대해서 '그건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던 과거를 돌이켜볼 때, 자유의지가 결여된 삶이었다. 취직이 '돼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죽지도-살아있지도 않은 중간의 삶이 꽤 길었다. 이런 상황임을 깨달았을 때, 회사를 나왔다. 6주 전에 상사와 상담을 하였고, 5주 전에 퇴사일을 정했으며, 1개월 간 인수인계를 성실히 하였다. 17년 4월 1일 이전의 불만족을 돌이켜 볼 때, 퇴사는 좋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1년 뒤인 18년 4월, 고군분투 끝에 누군가는 부러워할 만한 회사에 합격하였다. 모든 면접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평생에 걸쳐 일하겠다.'라고 말했다. 진심은 아니었지만, 그런 마음 비슷한 것이 그때는 필요했다. 온전히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는 좋았다. 1년 동안 집에서 빌어먹었던 아들이 회사 배지를 정장에 달고 집에 들어갔을 때, 가족 모두가 미소 지었다. 의미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아마 안도감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다시 금방 나왔다. 온전히 내키지 않은 그 마음이 한 몫했다.
그리고 18년 6월, 약 1년 간 꾸준히 준비해왔던 그 회사, 내가 가고 싶었던 그 회사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이 문자가 벌써 두 번째다. 17년 말에도 한 번 받았다. 타자에 의한 취업 준비의 종료였다. 이번 시즌도 끝인가? 마음을 다해 고백했지만, 두 번 연속 차인 것이다. 충격의 몇 초 후, 그들로 인해 나의 취업 준비가 끝나는 것이 싫었다. 차이는 기분이 싫었다. 그래서 스스로 취업 준비를 끝내기 위해 여행을 가려한다. 우디르급 전개이지만, 최선의 선택이다.
전반적인 여행기를 쓰기 앞서, 적당한 개요를 부분별로 썼다. 지금 이 감정을 온전히 담기 위한 노력이자, 글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이다. 쓰면서도 의문이 많다. '이 글은 어떤 글이 될까? 그냥 기록문에서 그칠까? 내가 완성을 시킬 수나 있을까?'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쓰면 쓸수록 오랜 취업 준비 기간 동안 내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우울감과 허탈감이 사라지고 있다. 감정을 온전히 담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회사생활에서 얻지 못했던 만족의 삶,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