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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철 Nov 06. 2019

백수인 나는, 종종 친구들에게 내 상태에 대해 묻는다

여행 전

안녕하세요, 저는 한희철입니다.


한씨표류기 : 오키나와 편은


- 작성 시점이 2018년 6월입니다.

- 스물아홉 살 백수가 어떻게 서른 살 백수가 되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 낮은 수준의 여행정보와 높은 수준의 사생활이 함께 있습니다.


(아직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덤덤하지만요. 같이 일하는 동료 분의 한 마디가 생각이 나요. "어? 왜 사진 없어?" 사진을 넣고 싶은데, 사진이 있는 전화기가 고장이 났어요. 그래서 글에 사진을 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행 글이라 사진 기대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는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주말에 고쳐서 앞에 발행한 글에도 추가하겠습니다. ^^)




180611

백수인 나는, 종종 친구들에게 내 상태에 대해 묻는다.


내가 아는 나는 무언가에서 오는 '결핍'을 갖고 산다. 스스로를 통해 채울 자신이 없을 때도 있다. 그렇다 보니 인적자원을 쫓게 되고, 운 좋게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 되려 그 지점에서 오는 열등감도 있다. 괜찮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나와 비교하고, 때론 결핍이 증폭되는 것이다. 친구들로부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설문을 받은 적이 있다. 10년 간 나를 봐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어 보았다.


얼마 전에 차 뽑음 : 너는 중립적이다. 관대한 건 아니다. 덜 주관적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버벅거리는 습관이 있는데, 누가 봤을 때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다각도로 고민하는 것을 보면 깊이가 느껴진다. 이유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고, 탄탄한 성격이다. 나는 가끔 너가 답답하다.


호텔왕: 좀 오그라들게 말하고 싶다. 너는 도자가 반죽과 같다. 말랑한 점토에 불을 붙이면 견고해지듯, 유연하면서도 굳어 있기도 하다. 필요에 따라 자기 자신을 깨기도 한다.


오늘 소개팅 함 : 인정받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받고자 하는 인정과는 다르다. 배운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배운 거지가 될 것 같다. 재미있는 사람이고, 그렇게 살고 싶어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지만 대충 보면 한없이 가벼워 보인다. 사실 그렇지도 않다. 친해지면서 갑자기 진지해지니,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성취욕구가 두드러진다.


무서운 선배 : 너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 분수를 모르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뭣도 모르면서 의욕도 없다. 질문도 안 한다.


개케터 형 : 본인 분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깊은 이해, 견해가 있다. 적어도 자신이 맡은 일에는 책임감이 있고,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파고들어 볼 줄 안다.


친구는 나의 거울이다. 칭찬과 비판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음에 글을 쓰는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잠시 잊고 살았던 보이는 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편의점 도시락


180612

경고


여자 친구로부터 주의할 것에 대해 전달받았다. 백수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바다와 같은 관대함의 소유자인 여자 친구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고 있다. 배우자에 대한 기준이 높지만, 직접 나에게 '이런 사람이 돼라.'는 지시는 하지 않는다.


[주의사항]

1. 회를 먹지 말라.


2. 늦게까지 놀지 말고, 연락을 잘하라


3. 내 생각을 많이 하라.


4. 딴 년이랑 썸 타지 마라.


5. 좋았던 곳의 사진을 찍어라. 어디까지나 네가 지금 여행을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다음에 함께 가기 위한 답사의 목적을 갖고 있다.


잘 지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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