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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철 Aug 08. 2020

니콜라 아넬카와 나

깊어지는 나의 커리어 고민

'유대감'은 닮음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친해지며 닮아간다고들 하지만, 이미 닮은 사람은 더 친해지기 쉽다. 닮음의 범위는 외모뿐만 아니다. 그 외의 특정할 수 있는 다양한 기질도 포함이다. 나는 최근 나의 단점에 가까운 특질을 속 시원히 말하고 다닌다. 숨기진 않았지만, 남들도 이미 알고 있다. 보통은 몇 년 이상 알고 지낸 사람들이니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예민한 사람'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의미로 쓸 수 있는 단어가 많은데, 이들을 모두 묶으면 결국 나다. 이 하나의 특질은 그 외 나의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감수성이 넘치고, 지나치게 디테일하며, 자기 세계에 빠지기 쉽고, 눈치를 많이 보는 나는, 최근 나의 이런 모습과 닮은 前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선수인 니콜라 아넬카링크는 아래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이를 보며 커리어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종종 깊은 논쟁을 만들었던 그의 세리머니


축구를 좋아하는, 특히 해외 축구에 관심이 있는 30대 이상 남성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니콜라 아넬카는 '아드리아누, 발로텔리 등'과 같은 부류에 묶인다. 재능충이지만 소속팀을 많이 옮겼다. 무게감이 굉장한 '클럽 이상의 클럽'에서도 활약한 적 있다. 그가 속했던 PSG, 아스널,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등은 세계 클럽 랭킹 수위에 드는 곳이다. 어릴 적부터 위대한 스타의 재목이었던 그가 이렇게 여기저기를 옮긴 이유에 대해, 티에리 앙리와 로베르토 피레스를 비롯한 그 시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축구스타들은 입 모아 말한다. 그는 '예민한 사람'이다.


내가 기억하는 아넬카 최초의 모습은 내가 응원하는 아스널 소속 시절이 아닌 잉글랜드의 또 다른 빅클럽인 첼시에서의 모습이다. 인상적인 퍼포머였고, 득점왕까지 거머 줬다. 가치를 의심하는 이들에게 실력으로 증명했다. 당시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팀의 서포터인 나로서는 같은 런던 연고의 팀에 이런 탁월한 선수가 있다는 것이 부러울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머지않아 잉글랜드 리그를 떠나 차이나머니가 있는 C리그로 다시 떠났다. 여기저기 옮기면서 능력과 가치에 비례하는 대우와 함께 돈도 긁어모았다. 확실히 시장에서 탐낼 만한 재능이었다. 




지금의 나,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이전의 나를 무수히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 채용과 면접은 결국 '내가 이렇게 잘났으니까 나를 뽑아주세요.'의 과정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기 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형편이다. 과정이 초조하고 힘겹기에 '왜 내가 이런 식으로 나의 과거를 그려왔는지'에 대해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다. 매번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믿고 싶지만, 종종 후회하기도 한다. 차분하고 꾸준하게 한 회사에서 몇 년을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우면서 멋져 보이는 시간이다.


변화에 적극적이다가 금세 지치곤 한다. 강렬하게 빛을 뿜어내며 사람을 끌어당기지만 이를 유연하게 조절하진 못한다. 다소 작위적이거나 기술적으로 관계를 맺곤 하지만, 일순간 진심을 내보이기도 한다. 일이 틀어지더라도 강한 분노를 보이기보다 환경을 피하곤 한다. 내가 그렇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을 때, 열과 성을 다해 결과를 냈지만 이를 지속하기 힘들었던 것은 회복이 쉽지 않아서였다. 어디서 주워듣기론 회복탄력성링크는 아래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한다. 수더분하게 지나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모두 온 힘을 다해 대하니 쉽게 지치고, 그렇게 지친 상태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테스크에 대해 분별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좌절하곤 했다. 차라리 힘들면 욕하거나 토해내서 더 이상의 불안과 허탈감을 갖고 있지 않으면 될 것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금도 연습 중이다. 나는 인간 에그 타르트, 인간 겉바속촉 탕수육이다. 이들도 나름 맛있다.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귀가 빨개졌는데, 이제 그보다 무게가 더한 '글'을 써 내려가고 이를 SNS에 업로드해도 더 이상 뜨거워지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멋진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종합했을 때, 그들의 불안은 '30대 후반-40대 초반 이내에 전문가가 되지 못하면, 후에 비참해질 수 있음'이다. 내겐 현실 직시가 필요하고, 머릿속에 담고 있기보다 내뱉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내 단점을 인정하고 장점으로 살려 성장하고 결과를 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살아보지 못했지만 살아있는 증명을 만나며, 나는 나를 인정하고 개선하고 나아가야 함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긴다. 


아넬카는 그래도 된다. 재능충이고, 경력 끝에는 백만장자가 되어 있으니까. 변명으로 가득 찬 그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그런 부분은 닮고 싶지 않았고, 여러모로 환경이 다르지만, 최근의 고백한 나의 특징이 그와 닮아서 괜히 정이 간다. 



  

니콜라 아넬카 나무 위키 링크
넷플릭스 '아넬카 : 문제적 저니맨' 링크
회복탄력성 위키백과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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