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고 현명해지지 않는다.
퇴사하고 글쓰기 #03
나이가 든다고 현명해지지 않습니다.
일하는 시간을 축적했다고 성공적인 경험이 쌓이지 않습니다. 젊음이 창조성과 역동성을 담보하지 않듯이 나이가 든다고 현명해지고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그저 시간만 보내다 나이 든 인생과 자신을 냉정히 반성하지 못하고 완고해짐으로 똘똘 뭉친 인생도 허다합니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나 또한 이 착각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하며 만난 A 팀장은 나이가 꽤 많은 편이었습니다.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나한테 물어보고 일 해. 공무원도 했고 대기업에도 있었잖아. 내가 대충 다 알아.'
팀장에게 묻고 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저는 왠지 그 말을 반복해서 듣고는 묻지 않고 일하겠다는 이상한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 연말 인사평가에 한 줄이 적혀있었습니다. '사전보고가 철저하지 못함.' 저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약간 성공한 느낌이라서. 진심으로 존중하는 팀장이었다면 알아서 물어가며 일했을 겁니다. 그러나 본인 업무는 뒷전이고 팀원들 업무에 개입하며 존재감을 확인하는 팀장을 맞춰주기 싫은 이 알 수 없는 반항심을 1년간 잘 실천한 느낌이라서.
사람을 잘 다루는 것과 이용하는 것은 1mm 차이다.
사람 다루는 기술이 늘어서 손아랫사람의 두려움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고 그것을 자랑삼아 말하며 속으로 애써 공허함을 감추는 무던한 일상의 연속을 견디는 삶. 사회에 나오는 순간부터 이런 삶을 사는 상사 혹은 선배를 만나도 흔들리지 않을 약간의 각오는 필요합니다. 그러니 나이가 들어가며 내가 어떤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내가 어떤 인격을 형성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최소한 멍청한 상사, 선배 등으로 욕먹지 않고 최소한의 자기 역할을 하며 사는 삶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