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인으로 보낸 10년 #12
공공기관에서 발주를 내는 영역은 부서별로 다양합니다. 건축과는 공사 용역이 많고 금액도 상당합니다. 홍보과는 콘텐츠 제작 및 확산 등의 용역을 발주합니다. 저는 업무 특성상 콘텐츠 제작 및 온라인 판로 확대 등과 같은 용역을 발주했고 다양한 기업과 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의계약을 제외하고 일반 용역을 발주하면 대체로 '협상에 의한 계약'을 합니다. 입찰 공고를 띄워놓으면 입찰에 참가하는 기업이 제안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입찰 가격, 업체 레퍼런스 등을 기준으로 정량 평가를 합니다. 이때, 서류를 원본으로 받기 때문에 기업의 대표자 및 실무 책임자들과 처음으로 대면합니다.
발주처 담당자는 크게 두 가지를 기대합니다. 첫째, 괜찮은 기업이 입찰에 응했으면 좋겠다. 둘째, 서류가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류가 틀리면 다시 접수를 해야 하고 이는 곧 담당자의 일이 됩니다. 일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하는 담당자는 세상에 없습니다.
의외로 구비서류에 실수가 많은 기업이 많습니다. 오탈자는 애교로 볼 수 있고 대표자 직인을 빠트린 적도 있었습니다. 담당자는 용역 입찰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권한은 없지만 이런 실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고 만약에 계약을 완료하고 용역을 수행하면 발주처와 용역사는 처음부터 하면 꼬이기 시작합니다.
서류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용역을 하겠어?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서류 제출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주처의 입장에서 서류 제출은 용역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의 첫 번째 미팅과 동일합니다. 용역수행기관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말입니다.
담당자는 바뀌어도 조직은 바뀌지 않는다.
개인은 바뀔 수 있지만 조직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업무 특성상 전임 담당자에게 인수인계 시 용역을 수행했던 기업에 대한 평판조회는 필수입니다. 저도 이전 담당자에게 물어보고 했고 전임 담당자도 동일하게 했을 겁니다. 말 한마디면 끝입니다.
그 기업 엉망이야! 말만 번지르하고
서류 하나 받으려면 전화를 몇 번 해야 된다고.
담당자 입장에서 이 말을 들었으면 끝입니다. 그 기업이 되게 할 수는 없지만 되지 않도록 다양한 통로를 통해 '담당자 의견'이라는 명목으로 전달합니다. 왜? 용역 수행 기관이 선정되면 담당자가 매번 대면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일 못한다고 판단된 기업이랑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사진출처 : https://www.pps.go.kr/kor/jsp/business/purchase_goods/business_process.p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