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용역 입찰에 성공하는 기업(2)

회사인으로 보낸 10년 #13

by 토파즈

용역을 수행하는 성공적인 기업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합리적 자세


용역 계약서에 명시된 '갑-을' 관계는 명확합니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말 그대로 과업을 놓고 발주처와 용역사가 협상을 합니다. 대부분 용역사가 제출한 가격서를 놓고 논의하며 용역의 목표, 성과, 마감시기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합니다.


갑의 요구 사항은 명확합니다. 용역 입찰 시 작성해놓은 '과업지시서'에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을의 답변은 무엇이 될지 분명합니다. 명시된 과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최대의 효과를 낳을 것인가에 대해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답변하면 됩니다.


말이 아닌 글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말이 글보다 앞설 때, 말만큼 글이 쫓아가지 못할 때 신뢰는 추락합니다. 말과 글, 둘 다 중요합니다. 용역사 1곳은 한 시간 회의를 하고 결과물로 허접한 PT슬라이드 4장으로 정리를 했는데,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참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대학교 리포트 수준의 보고서를 들고 오시는 거예요?


용역이 마무리되는 11월 말까지 전화통화, 대면회의, 중간보고회 등 그 어느 것 하나 수월하게 넘어간 것이 없었습니다. 서로가 쉽지 않은 관계 속에서 일해야 했고 기대했던 성과는 달나라로 떠났습니다.



2. 센스


어떤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듣는 발주처 담당자를 만나면 용역사는 난처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센스입니다. 개떡 같은 이해도를 가진 담당자에게 찰떡같은 설명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모르니깐 묻고,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묻습니다. 질문의 의도에 따라 답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3. 당당함, '우리는 여기 말고도 일할 곳이 많아.'와 같은 마음가짐


A 직원은 용역사와 대외적으로 관계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회의에 들어와서 보고를 할 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용역 추진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용역사가 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옆자리에서 업무 전화와 공유된 메일 등을 보면 용역사는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A 직원이 피드백이 늦어 콘텐츠 제작 완료가 늦춰지고 이에 따라 최소한의 마케팅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번번이 좋지 않은 결과를 냈습니다.


용역사는 용역사대로 분통이 터졌습니다. 결국 중간보고회에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 기관장이 지적을 했는데, 용역사의 답변이 걸작이었습니다.


피드백이 늦어져 프로모션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회수가 높아도 구매전환율이 낮습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관장의 반응은


우리가 전문성이 부족하니 피드백이 늦었습니다.
정확히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선하겠습니다.


기관장은 평소 A 직원의 업무 처리 방법과 속도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가지 의도를 가지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1) 용역사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2) A 직원은 나중에 어떤 보고를 할 것인가? 정도 일 겁니다. 그런데 용역사가 쉽게 말해 지른 겁니다. 이렇게 일하면 안 된다고 점잖게 먹인 겁니다.


기관장은 꽤 괜찮은 리더였습니다. 용역사가 업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에 굉장히 흡족했고 A 직원은..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꽤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A 직원은 용역사 국장과 굉장히 자주 심하게 싸웠습니다. 용역이 끝나는 때까지. 솔직히 그렇게 하면 A 직원에게도 좋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자기가 일을 못했으니.





'갑-을' 관계는 돌고 돕니다. 뛰어난 용역사를 만나면 발주처 담당자가 찾아가서 회의를 하고 더 많은 도움을 받고자 노력합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주는 돈보다 더 많은 것을 내놓는데 발주처가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제 경험입니다만, 용역 발주만 계속하니 '평가'만 하고 스스로 무엇이든 '생산'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고민을 하기도 전에 예산 편성해서 용역 발주 내면 된다고 그걸로 끝. 바보가 되고 있었던 겁니다.


아, 거기에 더해서 용역사의 크고 작은 친절과 인사에 대접받는 느낌을 은근히 즐기며 그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면 그야말로 끝장입니다. 꼰대가 아니라 멍청이가 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외주는 그만큼 달콤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것입니다.




* 용역 입찰에 성공하는 기업(1), (2)는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 의지해 쓴 글입니다. 글을 다 쓰고 나니 섣부른 일반화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고 무엇보다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은 듯한 찜찜함이 남아 덧붙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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