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육아 #13
장모님은 손맛이 좋으십니다. 갈비찜, 제철 나물, 찌개, 생선요리까지 참 맛깔나게 요리를 하십니다. 장모님이 해주신 음식은 매번 참 맛있게 먹습니다.
예전에 커피를 마시며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어머님은 밥 먹을 때마다 새로운 국을 끓이시는데 매번 그렇게 먹었어?
응, 어렸을 때부터 집에 늘 밥과 국, 먹을 반찬하고 간식까지 만들어놓고 출근하셨어.
간식까지 만들어놓고 가셨다고?
응.
바쁜 와중에도 장모님은 언제나 밥과 간식을 준비하셨습니다. 지금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새벽예배를 가시는데 참 한결같이 챙기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첫 끼니를 먹을 때까지 꼬박 4시간에 걸려서 아내는 딸의 이유식을 만들었습니다. 유기농 매장에서 고른 재료를 손질하게 데치고.
이유식 책을 보며 또 검색하며 음식 간의 궁합을 살피고 영양을 고려하며.
한 두 번이면 저도 그러려니 하는데 벌써 딸이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지 3개월이 넘어가는데 한결같이 그렇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이쁘게도 딸은 쑥쑥 크며 이유식이 맛있는지 한 그릇 뚝딱 먹습니다. 아, 요즘은 이유식이 부족해서 디저트도 야무지게 챙겨 먹습니다. 떡벙, 퓌레, 요거트까지 다양합니다.
아내는 입이 짧은 편인데 먹성은 아빠를 닮았는지 고맙게도 잘 먹고 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아내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왜 저렇게 열심히 만드는 걸까?'라고.
딸을 안고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니, 아내에게 이유식은 또 다른 사랑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받은 사랑이 이렇게 또 흘러가는 거구나. 받은 대로 받은 만큼 또 사랑은 이렇게 아래로 흘러가는구나.
어머니가 딸을 먹였던 것처럼 이제 엄마가 된 딸이 다시 딸을 먹이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밥이 사랑이고 밥을 먹으며 사랑을 느끼고 또 간직하는 그런 것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딸을 꼭 안으며 말해줬습니다.
'좋은 엄마를 만나서 좋겠구나! 우리 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