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인으로 보낸 10년 #16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가르치듯' 말하는 것이 최악입니다. 말이 자신과 지식을 자랑하는 도구가 되면 그것만큼 힘든 것이 없습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회의에 참석했는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대부분 회의는 일을 배분하거나 지시를 전달하는 도구였지 즐겁고 유쾌한 기억으로 남은 것은 몇 번 없습니다.
A 팀장은 회의만 마치고 나오면 뒷담화의 주인공으로 떠올랐습니다. 1주일에 한 번 가깝게 지낸 직원들 카톡방의 90% 이상은 A 팀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더럽게 아는 척하네.'
'다 아는 이야기를 또 하고 앉아있네.'
'지가 제일 잘 났어.'
'미친 거 아냐? 그걸 지금 누가 몰라서 안 하는 거야?'
'그렇게 다 알면 지가 하지. 결정은 안 하면서..'
진짜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 팀장과 논의할 일이 있어서 간단한 내용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답변이 가관이었습니다. 세상 어려운 개념을 들먹이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읊을 기세였는데 본인이 아는 것은 다 말하려고 했습니다.
잠잠히 듣고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A 팀장을 싫어하는지 뼈저리게 느끼며.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불쾌했습니다.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모든 사람을 가르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가깝게 지내던 B 팀장이 커피 한 모금 마시며 스치듯 말했습니다.
'A 팀장은 어떤 사안이든 한 번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없어. 다 안다고 말하는데, 여기 뭐 다들 선수들이 앉아있는데 그걸 모르고 있겠어? 그냥 지켜보는 거야.'
가르치지 말고 가려운 곳을 긁어줘!
가르치듯 말하면 상대로부터 얻을 것도 잃습니다.
화법은 사고체계를 반영합니다. 가르치듯 말하는 것은 본인의 결핍과 부족함을 메우려는 안간힘으로 비처질 수 있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나 잘난 척하기도 바쁜 세상에 남 잘난 척을 들으며 진심으로 박수를 보낼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회사라면 더더욱.
무엇보다 평판을 잃는 것도 속상한데 사람을 잃습니다. 아무도 곁에 가려하지 않고 조직 개편 시기에 완전히 외면당합니다.
두 번 듣고 한 번 말해도 참 좋은 팀장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 세 번 말하지 않아도.
아!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존경을 얻고 난 후에 후배가 용기 내서 물어보면 그때 하면 됩니다. 그전에 하면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그만큼 가르치듯 말하기는 최악입니다.
[사진출처 : http://areummall.com/product/%ED%9A%A8%EC%9E%90%EC%86%9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