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가로막는 3가지 생각

글쓰기 #01

by 토파즈

#01 '남자가 시시하게 무슨 글이야? 시원하게 말로 하면 되지?'


저 스스로도 당최 출처를 찾을 수 없는 꼴통 같은 생각입니다. 남성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입니다. 글쓰기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입니다. 시낭송회에서 진지하게 시를 낭송하기 시작하면 저도 모르게 쭈뼛쭈뼛 머리가 서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글에 대한 진지함을 우스운 것으로 치부하던 때였습니다.

글쓰기의 의미를 배우지 못하고 숙제로 제출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것이 글쓰기를 일상에서 더욱 멀어지게 했습니다. 제대로 글을 못 쓰는 것은 제대로 말을 못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대로 말을 못 하니 속이 답답합니다. 속이 답답하니 술을 퍼먹고 그제야 겨우 입을 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실수를 합니다.


#02 '이것도 글이라고 쓴 거야?'


제 안에 있는 비평가를 만날 때입니다. 도대체 자아라는 녀석은 뭐하는 놈인지. 제가 뭐라도 할라치면 부정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네가 어떻게 할 건데?', '야! 그렇게 해서 되겠어?', '네가 무슨 놈의 성공을 한다고?'.. 제 안에 있는 비평가는 제가 평생 들었던 말로 이루어진 녀석입니다. 서글프게 그리 건강한 말을 많이 듣지 못했습니다.


말과 글, 그것은 감정. 즉, 사람이 내뿜는 따듯함과 차가움을 머금고 있습니다. 나를 평가하는 비평가는 언제나 나에게 붙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으며 나의 아킬레스건을 건듭니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것은 매번 자신의 아킬레스건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기에 누군가의 개똥 같은 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03 '아무도 안 보는데 왜 써?'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나 혼자 쓰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 답답합니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가 좋아할 만한 글을 쓰고 있거나, 반대로 고집을 부리며 아무도 읽지 않는 그저 나만 읽고 지울 글을 쓰고는 다음 날 아침에 이불킥을 날립니다.


내가 왜 쓰고 있는 거지, 그냥 무의미한 생산만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 마음이 복잡합니다. 그래서 글을 왜 쓰는가?라고 묻고 답해봅니다. 글감을 만나서 문장을 완성하고 배열을 고려하고 카피를 생각합니다. 일련의 과정이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글을 다 쓰고 나서도 3가지 생각을 또 했습니다.

정말 골치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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