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02
'인간은 왜 쓰는가?'
읽기가 쓰기보다 수월합니다. 한 문장, 한 단락도 막상 쓰려면 쉽지 않습니다. 한남동 북스퀘어에 들어선 엄청난 책을 보며 '왜 쓰는가?'라는 질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한 권의 책, 한 명의 사람은 그 자체로 하나의 디자인이다.
북스퀘어는 햇볕이 주는 자연미와 은은한 조명의 인공미가 조화롭습니다. 책은 모여 있는 것만으로 공간에 새로운 감각을 줍니다. 마치 사람이 모이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한 권의 책, 한 명의 사람은 그 자체로 하나의 디자인입니다. 사람은 책이 모여있는 공간에 들어서면 정서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나와 비슷한 책, 나와 다른 책, 나보다 못한 책, 나를 압도하는 책을 만나며 다양한 감각을 경험합니다. 그러면서 가끔 치유를 받기도 합니다. 책 속의 글이 진정성을 담은 호흡을 내뱉을 때 와 닿는 것입니다. 기쁨과 환희를 느낄 수도 있고 내 안의 무엇인가를 건드려 터지게 하기도 합니다. 진정성은 글이 가진 호흡을 더 깊이 있게 합니다.
말과 글의 시작은 인간의 욕망
인간은 참 말 많은 존재입니다. 책은 지금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15초 이상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 시대에도 말입니다. 어린 시절 미뤄둔 일기를 쓰며 마친 방학, 수능을 앞두고 논술로 괴로웠던 학창 시절, 볼품없는 리포트를 제출하며 자책하던 대학시절,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작성하는 끝없는 보고서까지 글쓰기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갑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특별검사팀이 역사에 남긴 것은 약 10만 장 분량의 수사결과보고서입니다. 그 기록은 고스란히 탄핵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인간은 했던 말과 이뤄낸 일이 사실이라고 스스로 밝혀두고 싶은 욕망을 쫓아 글을 창조했습니다. 언어의 목적은 '내가 한 말이 사실이다.', '내가 옳았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욕망은 아니었는지.
글을 쓰며 치유를 경험합니다.
글을 읽으며 사유를 확장하고 글쓰기로 자신을 세워나갑니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존재의 본질을 남기는 것입니다. 나의 본질은 내가 쓴 글입니다. 글에 생각과 욕망이 담겨 있습니다. 살아있고 존재한다는 끊임없는 자기 증명이 글쓰기입니다. 나를 돌아보고 존재를 확인하며 의미를 찾으니 치유를 경험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세상을 버리기 전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자기 존재가 완전히 부정당하는 상황과 자기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타인을 바라보며 견디기 힘든 부끄러움을 느꼈을지 모를 일입니다. 세상을 떠난 지 몇 년이지만 남긴 말이 주는 무거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라는 존재의 안녕을 살피는 것
오늘도 글을 씁니다. 무엇을 남기겠다, 무엇을 이루겠다가 아니라 하루의 한 순간이라도 나라는 존재가 안녕한지 살펴보고 싶은 욕망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사진출처 : http://luxury.designhouse.co.kr/in_magazine/sub.html?at=view&info_id=50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