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01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손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그리고는 딸을 꼭 안아봅니다.
얼마나 컸는지, 얼굴 살은 얼마나 붙었는지. 전에 없던 하루 일과 입니다.
유난히 지치는 날이었습니다.
마음 한 구석이 헛헛하고 좀처럼 마음 누일 자리를 찾지 못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이런 날은 꼭 사랑하는 기네스 흑맥주 한 캔을 마시거나
TV를 보곤 했는데 이제 그렇게 쉽사리 할 수가 없습니다. ^^;
약간 보채고 불편해하는 우리 고객님 기저귀를 갈아주고
체온이 떨어질까 바쁘게 옷을 여미고 편안하게 잠들도록 안아줍니다.
약간 칭얼거리더니 이내 조용히 잠이 듭니다.
깊이 잠이 들면 꼭 한 손으로 볼을 바치며 잠이 드는데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듣고 콩닥콩닥 뛰는 가슴 소리에 귀 기울여 봅니다.
특유의 아기 냄새를 깊이 맡으며 내 딸이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냄새는 신묘한 힘이 있는듯 합니다.
딸을 침대에 눕히고 쉬려고 의자에 앉았는데..
이내 헛헛한 마음이 사라지고 마음 누일 곳도 찾아 편안한 감정이 찾아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빠져있던 자기연민에서 벗어났습니다.
감정은 차분해지고 이성은 맥락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위로를 받았습니다.
생후 25일 딸로부터.
생명은 존재만으로 다른 생명에게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반드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쫓아 살아가며
의미를 남기고 주변을 환히 밝힐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유일한 숙제입니다.
십계명을 지키되 사랑하고 사랑받고
원하는 모든 것을 구하고 얻고 누리는 그런 삶입니다.
딸과 목욕을 하며 머리를 감기는 도중에 너무 만족스러웠는지
아빠 바지에 황금똥을 쌌습니다.
황금돼지의 해에 태어난 황금같은 딸의 황금똥이었습니다.
이 또한 위로가 될 수 있을지 잠들기 전까지 한 번 곱씹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