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별에서 왔는가
회사는 이커머스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요. 기대가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해낼 수 있을 범위 내에 있을까요.
예를 들어 회사 의사결정권자 누군가가 "쿠팡은 기저귀의 시장 점유율을 이미 55%를 초과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지금 1%의 불과한 온라인 판매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이커머스 담당자로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반대로 오프라인 담당자는 이런 생각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아 이제, 우리 팀은 점점 사라지겠구나'
김 과장은 연봉을 800만 원이나 올려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전 회사는 이커머스 전문 기업이긴 했지만 너무 자유로운 분위기에 어린 친구들이 많아 30대 중반인 김 과장은 어수선해 보이는 젊은 기업에 적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직률도 적고 비즈니스도 탄탄한 중견기업을 헤드헌터에게 소개를 받고 입사를 하게 되었으니, 이제 제대로 뭔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연봉부터 팀을 리드할 수 있는 권한도 마음에 들어 더할 나위 없는 이직 찬스였습니다.
출근을 하고 자리에 앉으려는 찰나, 대각선 끝에 앉아있는 터줏대감 허부장이 김 과장에게 소리를 칩니다.
김 과장 온라인 가격이 이게 뭐야? 어떻게 하다가 가격이 이렇게 된 거야. 지금 바이어가 물건 매입 못하겠다고 난리가 났어! 이번 매출 못하면 김 과장이 책임질 거야?
"네?"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김 과장이 입사 후 한 일 이라고는 이커머스 비즈니스 플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는데 말이죠. 이유야 어쨌거나 더 욕을 먹지 않기 위해 머리를 갸우뚱하며 회사 온라인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거래처에게 전화를 합니다.
가격? 어디요? 그럴 리가 없는데?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
온라인 거래처의 볼맨 소리를 듣고 수화기를 내려놓습니다.
많은 기업은 아직 오프라인을 좋아합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릴레이션십과 영업력으로 소구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리스크 관리와 비즈니스 플래닝 하기에 용이합니다. 경험을 통해 예측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계획 수립이 온라인보다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이커머스의 경우도 유통사 혹은 매입 거래처 등의 고객도 있지만, 최종 소비자의 접점에서 행동과 반응, 피드백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기존 유통구조와 다릅니다.(물론 모델 별로 차이가 생길 수 있고, 최종 소비자를 위해 노력하는 오프라인 기업도 많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전략이 모든 담당자에게 노출되는 온라인의 특성상, 비즈니스의 이슈가 생기면 핑거 포인트의 타깃이 될 확률이 높고, 어떤 회사에서는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피해를 주는 채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말이죠,
저렇게 파니까 온라인에서 매출이 많이 나오지. 가격 떨어트리고 매출 내는 비즈니스를 누가 못해?
매출도 못하면서 가격이나 떨어트리고, 시장을 망가트리고 회사를 망하게 할 작정이야?
어렵죠?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가격 중심의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피로도를 벗어나기 위해 트렌드가 변하고 있긴 합니다. 브랜드 중심의 풀(Pull) 세일즈를 하는 업체가 증가 추세에 있고, 비즈니스의 전략과 정책을 자사 중심으로 가져가기 위해 자사몰(Owned mall)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D2C(Direct To Consumer)라는 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방문자의 행동 분석과 구매 행태를 분석하여 적중률을 높이며 가망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는데 일차 목적이 있는 모델입니다.
사실 D2C 모델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음속에 있었지만 차마 실행을 못하고 있었죠. 결국 나이키는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 (다시 설명할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회사는 나이키를 따라 하긴 어렵고 대부분 푸시(Push) 세일즈 중심의 프로모션과 가격, 이벤트 등으로 주로 운영합니다.
김 과장은 가격을 확인하고 허부장에게 다시 이야기를 합니다.
"부장님,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고 현재 정상가로 판매 중입니다."
라고 말한 뒤 가격비교 화면이 캡처된 인쇄용지를 내밉니다
어? 이상하네. 분명히 바이어가 가격 떨어졌다고 난리 쳤는데, 그새 올린 거 아니야? 바이어가 거짓말하겠어?
하며, 허부장은 찌푸린 얼굴로 네이버 가격비교 창에 검지 손가락 두 개로 타이핑을 겨우 하고 엔터를 누른 뒤 가격을 꼼꼼히 확인하고 화면을 조금씩 내려 봅니다.
가격 문제 관련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김 과장은 본인의 회사 일에 대부분이 이 가격 관련 문제가 재직 내내 괴롭힐 것이라고 이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회사에 지나고 나서도 늘 온라인 가격 이야기로 영업팀 내부가 시끌시끌했지만 김 과장은 본인의 이커머스 경험을 최대한 살려, 새로 입사한 회사에 이커머스 전략을 작성했습니다.
많은 기업이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해서 온라인 비즈니스를 확장하다 보니, 각각 전혀 다른 결의 업무인 '온라인 비즈시스' 업무를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문화를 가진 회사들이 아직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종종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나는 어느 별에서 왔는가"
이커머스를 화성에서 온 외계인 정도로 생각이 들 때가 있죠.
오랜 시간 동안 이 기괴한 포지션에서 경험한 결론은 그들이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갖기 전에, 그들의 언어로 잘 서명하고 설득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하루아침에 천지개벽이 되지 않고, 가랑비에 옷 젖듯, 많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는 점인데요. 그런데 이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본인이 지치거나, 팀원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 등도 생기게 됩니다. 그런 문제는 비단, 주변 동료 들 문제뿐 아닙니다.
며칠 뒤, 사장님이 불러 김 과장은 사장실에 들어갑니다. 아마 이커머스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궁금하셔서 호출하신 것 같습니다.
"김 과장, 쇼핑몰 하나 만들어서 우리가 가진 제품 등록하고, 팔면 되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해? "
사장은 파워포인트 출력물을 몇 장 넘겨 보더니 만족하지 못한 표정으로 본인 책상 앞에 휙 던져 냅니다.
새로 입사한 김 과장. 이커머스 인력이 워낙 뽑기 힘들어, 연봉을 많이 투자하고 데려온 직원인데, 연봉값을 할지 궁금합니다. 연봉을 많이 준 만큼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바로 정리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본인에게 어려운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비용과 투자를 적어낸 문서가 영 탐탁지 않습니다. 또 오자마자 새로운 외주업체와의 운영과 유지보수 계약 건도 편하지가 않습니다. '이 친구, 어디 업체와 커넥션 있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듭니다. 순간, 얼마 전 대리점과 투명하지 못한 거래 관계로 퇴사하게 된 고차장이 떠 오릅니다.
회사가 이커머스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생각보다 긴 여정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마다 이커머스 할 수 있는 적정한 타이밍, 즉 정년기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정년기 김 과장 네 회사 오너의 전략적 심경 변화와 같은 내부 요인이나 세일즈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 등에 의한 외부 환경의 영향 등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곳이 곳이 이커머스 비즈니스에 포커스 해주고, 힘을 실어준다면 당신은 좋은 직장을 다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 정년기를 만나지 못한 대부분의 두려움과 호기심을 가진 기업들을 다니고 계신다면 아래와 같은 상황을 경험하게 됩니다.
김 과장의 예처럼, 온라인에서의 투명한 가격 노출은 회사 내 타 채널 담당자와의 간섭과 컴플레인이 발생할 확률이 있습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의 비중이 높은 회사에서는 온라인 가격의 민감도가 크고, 거기에 세일즈가 안될수록 이커머스 쪽으로 핑거 포인트를 할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 가격만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도 어쩌면 다행입니다. 가격이 아닌 디자인, 폰트, 레이아웃, 카피 하나에도 회사의 혹은 탑 라인의 매니저들의 이해가 상충될 수 있습니다.
매출을 위해 내부 영업 관련 부서,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CS팀, 수많은 트렌젝션의 정산을 위한 회계팀, 시스템 관리와 업데이트를 위해 IT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마케팅팀, 제품 개발과 판매를 위해 브랜드 매니저 등 회사의 거의 모든 부서와 연결이 긴밀하고 기묘하게 엮여 있습니다. 이 작은 회사의 한 부분처럼 운영되는 이커머스의 특징 때문에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많은 잡음이 들립니다. 이커머스를 이끄는 매니저와 팀원 모두 소비자뿐 아닌 효율적인 내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요합니다.
소비자는 힘들고 보람됩니다. 가끔 강성인 고객 한분이 팀 전체의 하루를 마비시킬 수도 있습니다. 힘들지만 이커머스 정년기가 오기 전까지 소비자의 접점에서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접점에 있다는 것은 다른 유통채널과 달리 매우 장점입니다.. 요즘 나이키, 아디다스의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 직접 판매)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직접 커뮤니케이션(게시판, 전화, 라이브 챗 등)을 통해 만족도를 높이거나 니즈를 파악할 수 있고, 소비자 행동 분석이라는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그들의 심리적 욕구와 동인 요소를 정량화된 데이터를 통해 발견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많은 터치포인트를 매니징 하는 것이 이커머스 매니저의 가장 기본 역량이 되어야 합니다. 김 과장 네 사장처럼 물건 올리고 팔면 되는 일과 같이 심플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존재합니다.
생각보다 회사에서 이커머스를 한다는 것은 복잡합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이슈들이 많이 발생되고, 생각이나 의지대로 잘 안 풀리거나,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가 많을 확률이 높습니다. 부서 간 동료 간의 협조, 고객의 강한 컴플레인 이 모든 걸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잘 매니지먼트를 하는 것이 회사용 이커머스의 핵심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자, 이야기하다 보니 험난한 과정을 풀어내고 있는 김 과장이 보이는군요.
마음이 급했는지 김 과장은 회사의 이커머스 정년기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방법을 시도하네요.
회사에서 본인의 입지가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동시에,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이커머스에 대해 너무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과장은 아웃룩을 켜고 회사 전 직원에게 보낼 수 있는 전체 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수신: 회사 직원 전체
제목: 이커머스 설명회 개최 안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