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는 동네 북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모였습니다. 영업부서는 대부분 왔고, 마케팅, 파이낸스, IT 부서 분들도 많이 보입니다. 다들 이커머스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김 과장은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김 과장 생각에 이번 발표를 통해 그 '이커머스 정년기'라는 것이 빨리 올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나의 이커머스에 대한 열정과 비전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이커머스를 비즈니스의 공감해 이커머스의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들었습니다.
에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이커머스의 변화와 오프라인 유통의 변화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메타버스 시대에 메타 커머스가 도래하는..
김 과장은 10여분 동안 국내 전자상거래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연유인지 분위기가 어색하네요. 인증 부서에 있는 박 차장에 큰 하품소리에 발표하던 김 과장도 회의실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낍니다. 발표가 지루한 걸까요.
매출에 시달리는 영업사원들에게 가격만 떨어트려 매출이나 쉽게 하는 온라인 비즈니스 담당의 이야기는 도무지 지루한 것 같습니다. 빨리 가격을 안 떨어트린다는 얘기가 먼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류 담당 조 부장은 이커머스 때문에 물류업무가 늘어 골치 아픈 차였습니다. 영업점에는 대량 물량 한 번만 보내면 되었는데, 이커머스는 고객별 주문을 따로 보내야 하니 영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녔습니다. 이러한 조 부장에게는 이커머스 발표에서 물류를 혁신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도산공원의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를 보시면 공간을 소비자 경험에서 어떻게 만족시키느냐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
참석자 한 둘 핸드폰을 보기 시작합니다. 다들 이 지루한 시간이 언제 끝나는지 궁금한 듯 보이네요. 파이낸스를 담당하는 김대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오는 정산 금액에 매일 마감해야 하는 일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반품 건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한숨만 나옵니다.
김 과장은 직원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시간 여 이커머스 비즈니스에 관해, 이 비즈니스가 우리 회사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 설명했지만 직원에게는 와닿지 않는 것 같네요.
언급했지만 이커머스는 회사에 이해충돌을 야기합니다. 물론 상충되는 이해관계의 극단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킨 나이키 같은 사례도 있고, 이해 충돌을 극복하지 못해 회사 내부에서 이커머스를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해 충돌의 가장 큰 부분에 대해 직원들에게 물으면 열에 아홉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합니다.
'가격'
한국의 이커머스는 오픈마켓이라고 불리는 국내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에서 가격 경쟁을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종합몰이라고 불리는 국내 홈쇼핑, 혹은 백화점 등의 기반으로 한 메이저 리테일러들의 온라인몰 들은 정제된 상품, 고객 서비스 등으로 론칭을 했지만 오픈마켓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종합몰의 상품 DB를 오픈마켓에 넘기는 '이중 제휴'가 생기면서 이커머스의 가격은 더욱 혼탁해졌습니다.
거기에 국내 65%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네이버에서 가격비교 서비스를 하면서 기름을 부었는데요.
한국 내 이커머스라고 하면 가격에서 시작하고 가격에서 끝난다고 할 정도로,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시장입니다. 쇼핑몰간 DB 제휴를 통해 많은 제품들이 추가 할인이 되면서 가격의 원복도 쉽지도 않습니다.
최근에는 이 혼탁한 시장을 피하기 위해 독자적인 D2C 전략을 통해 자사몰을 통해서만 거래하거나, 기존 온라인 유통에도 가격이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하고는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가격을 포커스 하지 않고, 브랜드로 큐레이션을 정교하게 하거나, 콘텐츠의 연계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온라인 몰들이 성장하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약 2/3가 네이버를 이용하고 있고, 쇼핑을 위해 가장 먼저 들리는 포털입니다. 그곳에서 특정 제품 혹은 카테고리를 검색하면 가격비교로 먼저 이동하게 됩니다. 이미 모든 카테고리, 브랜드, 제품명에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전쟁터입니다. 이미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의 편의성을 제공해주는 서비스인 네이버 쇼핑 검색을 메인으로 가격비교를 기본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격을 제외한 이커머스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이 네이버 독과점 구조에 반기를 들고 많은 쇼핑몰이 파워게임을 했습니다. 이베이, 쿠팡 등 이 네이버의 가격비교 횡포(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올리는)의 맞서기 위해 가격비교를 모두 제외시키는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거기에 설상가상 네이버가 다이렉트 플랫폼까지 만들어 버리면서 쇼핑몰들은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되긴 했죠.
여기서 잠깐 궁금한 점,
가격 할인 빼고 다른 거 없어?
제가 이커머스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고, 반대로 가장 많이 하기도 하는 말입니다. 지금도 면접을 보면 가격할인 프로모션으로 성과를 내 것이 본인의 주요실적이고, 앞으로의 매출전략을 물어봤을 때도 할인프로모션을 이야기 하는 인터뷰어들도 많습니다.
가격 할인 빼고는 다른 것은 없을까요. 쇼루밍족(상품 선택은 매장에서 하고 실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은 머리 아프고, 매장에서 인터넷 가격을 띄우며 이 가격에 맞춰달라고 하는 소비자도 있으며, 구매 후 온라인 가격을 보고 반품하는 고객도 늘고 있으니 오프라인 담당자 입장에서는 온라인 세일즈 담당이 미운건 당연한 것도 같네요.
이전에 언급했던 허부장의 경우도 이해가 갑니다. 본인의 영업실적 혹은 인센티브가 이커머스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면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오프라인 유통망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면서 되면서 이제 오프라인 유통 제품의 온라인 가격까지 최저가를 향해 달립니다. 이제 오프라인 담당끼리도 충돌이 생깁니다. 거기에 기존 온라인 담당까지 합세해 매우 춘추전국시대가 돼버리고 회사는 난세의 영웅을 기다립니다.
온라인 단독 모델은 판매를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제품 및 유통구조를 이해한 뒤에 추진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서 이커머스 초기에 단독 모델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지만, 단독 모델이라는 것은 체력이 된 다음에 어프로치를 해도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초반부터 지속적인 탑라인의 어프로치를 해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컬러 변경, 사이즈 변경으로는 소비자 로열티가 높은 브랜드가 아니면 효과가 적을 수 있는 점은 염두해 둬야 하는 것은 잊지 마시구요.
안정된 오프라인 유통일수록 연간 계획이 잘 수립되어 있습니다. 즉 1년을 주기로 특정 시즌의 프로모션 내용 셋업이 되어 연간 전략적인 상품 구성과 운영이 가능합니다. 프로모션 시기를 맞춰 할인 제품의 물건을 오더 합니다. 이는 업무와 비즈니스를 정교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만들어 줍니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운영방안처럼 보이죠. 하지만 온라인은 10일 전에도 프로모션 한다고 가격 할인해달라는 MD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비계획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로스 해킹 모델로 실패와 반복을 통해 판매를 증진해 성공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지금도 가격 할인 프로모션이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회사이지만, 충분히 설득하여 연간 빅 프로모션 2회와, 각 시즌별 시즈널 프로모션을 사전에 기획했습니다. 거기에 따른 물량 계획과 광고 예산까지 준비를 마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사전에 해당 영업 담당자와 사전에 논의합니다. 사전에 논의를 하게 되면 타 채널과 충돌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장점이 있고, 탑 라인 설득하기가 좋습니다.
이커머스를 오래 한 분들일수록 포어 케스트의 개념을 어렵게 생각합니다. 또한 인더스트리의 특성상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변수는 많긴 하지만 어떤 인더스트리던지 적용이 가능합니다.
기존 유통에 배포되기 전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프리 세일즈를 하게 될 경우에 많은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회사 및 제품의 브랜딩이 잘 되어 있는 제품일수록 유리합니다. 예약판매 시 제품 할인보다 사전 구매 사은품을 증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품을 할인하게 되면 정상 판매 시 판매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특히 오프라인 채널과 같이 진행하는 것보다 온라인 단독으로 사전 예약 판매 진행으로 설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에는 예약판매 시 시장 반응을 통해 제품 Forecast 혹은 가격/판매/유통 전략을 세우는 일도 많이 사용하는 전략 중에 하나입니다.
작은 것이 큰 것입니다. 만약 우리 제품을 좋아하고 가격에 저항이 적은, 구매력이 있는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 어떨까요. 만약 그런 사람들이 강남구 대치동 부근에 사는 40대 남성에 유난히도 많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가격 경쟁을 피하며, 효율적으로 대치동에만 전단 광고를 한 후 프로모션 없이 세일즈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작은 세그먼트된 타겟을 포커스하면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단, 이를 위해 고객의 여정을 트래킹 할 수 있는 자사몰과 고객의 여정을 모두 캡춰 해줄 로그 분석, 퍼포먼스 툴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인사이트를 찾아줄 퍼포먼스 마케터도 필요합니다.
발표를 마치고 나서 이미 며칠이 지났지만 김 과장 머릿속은 복잡합니다. 이커머스 정년기가 드라마틱하게 당기겨지길 기대했지만 크게 효과가 없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커머스에 대해 반감이 더 생긴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프레젠테이션 마지막에 파이낸스팀 김대리가 이커머스 매출이 늘면서 보증보험 한도를 계속 증액해야 한다는 볼맨 소리와 함께 이커머스 정산은 이커머스 팀 내에서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더니, 결국 마케팅팀에서는 이커머스에서 사용할 제품 이미지는 이커머스에서 직접 촬영을 했으면 좋겠다고 큰소리가 남과 동시에 영업사원들은 본인 담당 대리점의 가격 동향까지 리포트를 해달라는 요구까지 이어졌습니다. 김 과장은 고개가 갸우뚱 했지만 어찌되었건 혹을 떼려다 혹, 아니 무거운 봇짐까지 안고 돌아오게 생겼습니다.
'이력서 잉크 마르기전에 다른데를 알아볼까?' 김 과장 머릿 속에 근심이 맴 돕니다. 잘한다 해도 퍼포먼스가 날지 모르는 마당에,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회사의 천덕꾸러기 정도로만 비치는 모습이 고민스럽습니다.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서 설득을 해야 되나. 그냥 몇년 간 이런 저런 고민 중에 누가 약간 아플정도로 어깨를 새게 칩니다.
김 과장,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
뼛 속까지 영업맨이라고 불리는, 영업 총괄 박 전무님이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