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러고 보니 입사 후 처음 들어와 본 방이네요. 한 평 남짓해 보이는 전무님 방은 생각보다 단정하고 심플합니다.
고급진 원목으로 보이는 뒤편 책꽂이에는 책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하단에는 거래처와 찍은 듯 보이는 골프장처럼 보이는 곳에서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을 보니 전무님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고 김 과장은 생각합니다.
김 과장이 이커머스 전문가라고 했던가? 그래 우리 회사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보니 어때?
‘네 전무님, 저희 회사는 이커머스를 제대로 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라는 말이 나올 뻔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습니다.
“네 전무님, 아직 이커머스 초반이라 헷갈려하시는 것 같은데,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
그때가 오긴 올지 모르겠지만요. 속으로 생각합니다.
"김 과장, 솔직히 말해서 미안한데, 요즘 이커머스다, 쇼핑몰이다. 쿠팡이다 말들이 많은데 난 굳이 전문가라는 사람이 우리 회사 와서 회사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팔로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
허먼밀러 의자에 앉아있던 김 전무는 파란색 줄무늬 넥타이를 슬쩍 만지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예전에는 편했어. 계획한 대로 딱딱 물량 생산해가가 바이어들에게 설득해서 물건 집어넣으면 심플했다고! 그런데 쇼핑몰이 생기면서 여기저기 가격 비교나 해대고, 껀뜩하면 바이어는 물건 내리겠다고 협박이나 하고, 비즈니스가 안 되는 건 모두 이커머스 탓으로 직원들이 돌리는데 김 과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 과장은 당황했지만 차분히 대답합니다.
"비즈니스가 안 되는 것을 모두 이커머스 탓으로 돌리는 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소비자들이 가격을 우선으로만 구매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이커머스 가격을 저희 쪽에서 먼저 내리지 않은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타 유통채널에서 저희 제품으로 쇼핑몰에 입점에 가격을 낮춰서 판매하는 것을 많이 보셨지 않습니까."
큰기침을 한 번 한 뒤 김 과장은 말을 잇습니다.
"그리고 이커머스의 생태계는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 같아서 가격도 자동화된 시스템에 유연하게 움직이게 되고, 쿠팡 같은 곳은 최저가에 자동으로 대응하는 로직이라 가격 컨트롤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거기에 오프라인은 경쟁사 제품이 한정적이지만 온라인 판매의 경우 경쟁 제품이 오프라인에 비해 적게는 10배, 많게는 20배가 넘게 판매가 되고 있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 저가의 디자인과 성능 좋은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어서 저가 라인에서는 경쟁력을 가져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박 전무가 말을 끊습니다.
"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판매 가격에 5프로 정도 차이 나면 매장에 와서 구매할 수 있다고 치자고 그런데 지난 주말에 행사를 크게 잡아놨는데 너네 이커머스팀이 가격을 15%나 떨어트리는 바람에 어떻게 됐어? 40만 원짜리를 6만 원이나 싸게 팔면 어쩌자는 거야?"
김 과장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알아, 안다고. 이커머스가 앞으로의 변화고 중요하다는 건 잘 알아. 나도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라니까? 그런데 이렇게 가격만 떨어트리고 비즈니스를 할 거면 누가 못하나? 김 과장 한데 기대하는 건 가격을 안 떨어트리고 이커머스를 성장시켜달란 말이야. 가격 좀 건드리지 말고!"
"요새 나이키 봤어? 이런데가 가격 떨어트려? 지난주에도 아들 신발 사주러 뉴발란스 매장에 갔는데 맞는 사이즈의 재고가 없더라고. 그래서 뉴발란스 공식 쇼핑몰에 갔더니 사이즈가 있어 주문을 했어. 난 가격 1원도 할인 안 받고 사도 불만이 전혀 없었다니까?"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는 거야. 가격 좀 안 건드리고 판매하는 방법을 찾아와라. 다른 영업사원이 이커머스 때문에 일 못하겠다고 하는 소리도 이제 듣기 지겹다고."
아, 회사의 많은 문제가 이커머스였네요. 김 과장은 한숨 비슷한 큰 숨을 쉬며 말을 잇습니다.
"상무님. 이커머스는 푸시(Push)나 풀(Pull) 세일즈로 구분을 할 수 있는데, 나이키 같은 브랜딩에 포커스 된 업체는 풀 세일즈 전략을 주로 취합니다. 이커머스에 찾아오게끔 하는 강력한 브랜드와 상품력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모르겠고, 우리도 그렇게 팔고 싶으니까 다음 주까지 방법을 보고해줘."
김 과장은 상무님 방에 문을 닫고 나왔습니다. 문을 닫으려는데 잘 안 닫혀 몇 번을 다시 닫은 뒤에야 문이 고정됩니다. 삐걱이는 문은 몇 번의 시 도면 닫혔는데, 이커머스는 몇 번을 시도하면 제대로 열릴까요.
일부 회사의 이커머스는 담당자는 실제로 회사에서 타 부서와 긴밀한 협력으로 늘 상품을 업데이트하고 즐겁게 판매에 매진합니다. 세일즈 타깃도 무리하게 주지 않기 때문에 매출 때문에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들은 보통 풀 세일즈라 하는, 즉 집객을 위해 별도의 할인과 프로모션을 하지 않더라도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서 결제를 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이들의 관심사는 단순히 매출보다 모객을 통한 컨버전 보다 찾아온 고객들의 여정에서 불편함 없이 결제를 완료하고 나가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그리고 그 여정에서 이탈되거나 결제가 되지 않는 누수를 찾아 끊임없는 가설로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업데이트를 합니다.
박 전무가 말한 비즈니스 모델은 나이키 등의 이노베이션 된 회사 혹은 명품 회사 등이 주로 사용합니다. 매력적인 브랜드와 힘 있는 제품력 이 두 가지로 사람들을 이커머스로 혹은 매장으로 끌어당깁니다. 매장은 공간의 제약상, 모든 사이즈 혹은 컬러를 배치해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매장에서 보고 사고 싶은 손님들은 경쟁사가 아닌 이커머스 쇼핑몰로 유도한다는 쇼루밍 족의 이야기도 이제는 지루해질 정도네요.
그다음은 소비자 여정에 대한 관찰과 분석입니다.
나이키의 한발 더 나아간 여정
나이키는 더불어 고객 여정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위한 시스템 과감한 시스템 투자를 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2018년도에는 고객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한 Zodiac을 인수했고, 2019년에는 수요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Cselect사를 인수합니다. 거기에 2018년 3D 발 스캔을 할 수 있는 Invertex 사를 인수합니다. 그리고 2021년도에는 데이터 통합회사인 Datalogue까지 인수하게 됩니다.
나이키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매장에서 이커머스 쇼핑몰로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비즈니스 전략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프라인과 경쟁이 필요 없는 유니크한 콘텐츠와 제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당깁니다.
이커머스 담당자는 들어온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빨리 찾고, 가장 편리하게 결제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한 미션입니다. 고객의 목적구매 여정에서 장애가 되는 것을 제거하고 최대한 빠른 쇼핑이 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가격 할인, 휘황찬란한 배너, 요란한 카피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한 세일즈를 드라이브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어쩌면 저 포함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이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까요.
현재 온라인 리테일러 몰들의 세일즈 드라이빙의 운영전략의 피로감으로 D2C전략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회사를 풀 세일즈 모델로 바꾸라는 말씀이신데 이게 가능할까.'
김 과장은 랩탑에 크롬 아이콘을 클릭하고 이어 도메인을 입력합니다. www. nike.co.kr
풀 세일즈 모델의 제안이라..
푸시 세일즈 모델도 있지요
D2C는 기본적으로 맨파워, 투자의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리테일러 몰 혹은 퓨어 플레이어 들과 함께 세일즈 드라이빙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합니다.
특히 매출의 압박이 심한 곳은 D2C 전략은 일종의 사치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김 과장의 회사는 현재 푸시 세일즈로 운영을 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온라인 몰별 가격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제안, 설득하고, 경쟁사별 노출 우위는 기본, 같은 회사의 제품도 채널별 경쟁우위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유도합니다. 회사에서는 프로모션 제품을 개발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싸게 팔 수 있거나, 마진은 줄이지 않은 채 쿠폰 등을 지원받아서 매출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경쟁이 심한 푸시 전략 수립
물론 회사마다 비즈니 환경, 이커머스를 바라보는 시각, 투자에 대한 기준, 맨파워, 리더의 성향 등에 따라 이커머스 모델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도 편협한 경험과 경력으로 모든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알기 어렵습니다.
'아 푸시 세일즈가 우리 회사에서 가능할까.'
'회사에 골치 아픈 이슈인 가격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One Thing은 없을까'
고민을 하던 중에 누군가 박 과장 자리로 걸어오는 것을 느낍니다.
"박 과장님? 이번에 나올 신제품 전략인데 온라인 부분도 이야기 나눌 말씀이 많을 것 같은데 시간 괜찮으세요?"
'아, 신과장님.'
회사에서 마케팅 쪽으로 가장 능력 있다고 인정받고 있는 '신 과장', 회사에 어려운 문제를 곧잘 해결해, 회사에서 주는 연간 우수사원 최우수상도 여러 번 받았다고 들었다. 거기에 스펙도 좋은 데다, 늘 예의 바르고 웃는 모습이 예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