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0.
목욕예찬(2)
코로나 이전에는 최소 한 달에 한번 목욕탕을 찾았다. 지방 출장을 가서 시간이 허락되면 주변 목욕탕을 찾아 방문해 본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책을 쓰는 것이다. 책을 쓴다면 어떤 주제를 쓸까 고민해 보았고 생각 했었던 주제는 목욕에 관한 책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이미 목욕에 관한 책이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언젠가 <전국 목욕탕 기행> 같은 책을 한번 써 보고 싶다.
나는 목욕탕에 가면 1시간 이상 목욕을 한다. 한증막과 탕을 다 좋아하기에 1시간의 여유는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무엇을 하기에 1시간이나 해?” 라는 질문을 받는다. 나의 답은 “생각을 정리해.”이다.
평소 차분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 쉽지 않다. 내 옆에는 재밌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 잠시라도 나에게만 집중하기 어렵다. 하지만 목욕탕 안에 앉아 있으면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뜨거운 탕 안에 몸을 담그면 그간 정리하지 못했던 생각들과 앞으로 계획, 다짐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열탕에 앉아 목 아래 까지 몸을 담근 후 한참 앉아 있는다. 땀이 나기 시작 할 때쯤이면 조금씩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한다. 다음 순서로 차가운 냉탕으로 가서 온몸을 식힌다. 그리곤 한증막으로 향한다. 한증막에 들어 갈 때 ‘확’ 와 닿는 뜨거운 공기가 좋다. 적막할 만큼 고요한 한증막일수록 생각을 정리하기 좋다. 그래서 한증막에 들어 갈 때면 사람이 있는지부터 먼저 살피게 된다. 이 과정을 몇 차례 하고 나면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된다.
계획을 세울 때는 반신욕을 한다. 열탕에 앉아 몸을 반만 담근 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불상처럼 두 손의 손바닥을 천장으로 향하게 한다. 몸 안에서부터 따뜻함이 느껴질 때쯤이면 평소보다 머리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어 계획이 더 잘 세워지는 것 같다.
요즘 기술의 발전으로 방수 되는 핸드폰이 늘어나서 인지 가끔 탕 안에 핸드폰을 가져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탕과 한증막에 티비가 설치된 목욕탕도 가끔 볼 수 있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고 있음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